안티스파이웨어가 되레 '스파이'...거짓 경고로 보안 결제 유도 돈만 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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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웨어를 치료해 준다는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이 오히려 PC 이용자들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사용자 동의도 없이 은밀히 설치된 이들 프로그램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처럼 요란을 떨어 결제를 유도한 뒤 매달 고지 없이 회비를 거둬가는 수법으로 PC 이용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
13일 소비자보호원은 올 1~2월 두 달간 접수된 스파이웨어 제거 프로그램 관련 소비자 불만 신고가 2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건)보다 4배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에는 128건이나 접수돼 작년 12월(68건)과 올해 1월(72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근 PC 보안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기만 상술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소보원은 분석했다.
최은실 소보원 정보통신팀장은 "보안 관련 업체 중 안철수연구소 등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회원 모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동 설치,결제 연장 등 악랄한 수법을 쓰는 프로그램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도둑(스파이웨어)을 잡는 방범 대원이 굶다가 결국 절도범으로 변신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 중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제품은 '닥터 바이러스'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보원이 200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신고를 취합해 제품별로 구분한 결과 이 프로그램은 전체(835건)의 18.5%(152건)를 차지해 2위 백신코리아(79건)의 두 배를 넘겼다.
닥터 바이러스는 인터넷 파일 공유 프로그램 '프루나'가 설치될 때 별도의 옵션을 해제하지 않으면 함께 설치된다.
이렇게 PC에 숨어들었다가 하루 한 번씩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과장되게 전해 순진한 사용자의 이용료 결제를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한 번 결제하면 결제 정보를 저장했다가 매달 고지 없이 월 사용료를 거둬가는 데다 쉽게 삭제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보통 이 같은 부가 프로그램은 따로 배포하거나 다른 프로그램과 묶어서 제공하더라도 별도의 옵션을 택할 경우 설치되도록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소보원 관계자는 "닥터 바이러스는 기본으로 설치하되 원치 않으면 빼는 방식으로 설정해 둬 소비자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면 일단 스파이웨어 제거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모를 경우에는 설치를 묻는 창이 떴을 때 무조건 닫아 버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나중에 필요할 경우 프로그램 제작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해 스파이웨어 검색 성능,결제 방법과 금액 등을 확인한 뒤 직접 내려받는 게 좋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응용 프로그램 설치 때 이 같은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이 옵션으로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소보원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공동으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국산 유료 프로그램 72종과 무료 프로그램 21종(툴바 제공 4종 포함) 등 총 93종에 대해 치료율,진단 내역 정보,고객 지원 및 설치시 사전 동의 여부 등을 조사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