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높은 금리로 대출한 서브프라임(subprime·비우량) 모기지 부실 파문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사실상 지급 불능을 선언, 미국 금융시장에 '서브프라임발(發) 쓰나미(지진해일)' 사태마저 우려된다.

◆모기지 회사의 사실상 '부도 선언'

뉴센추리 파이낸셜은 신용도가 약한 사람들에게 금리를 2~3%포인트 더 받고 주택담보 대출을 해 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회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투자 은행들에 팔거나 대출받아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부실이 늘어나면서 투자 은행들이 대출과 모기지 인수를 거부하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주에는 신규 모기지 취급을 중단했다.

사태는 악화일로다. 1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투자 은행들이 뉴센추리로부터 사들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환매(총액 84억달러)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계약상 환매에 응하도록 돼 있으나 뉴센추리가 '지급 불능'을 선언해 버린 셈이다.

사실상 부도다.

뉴욕증시 거래도 중지됐다. 이 회사로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사들여 주택저당채권(MBS) 등을 발행한 투자 은행들은 손해를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부실 파문이 모기지 회사에서 투자 은행들에까지 옮겨 붙는 형국이다.


◆헤지 펀드와 다른 투자자에게까지 확산

문제는 파문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다른 대출을 섞어 MBS 등을 발행했다.

MBS는 헤지펀드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인수했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투자자들도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위험은 있지만 수익률이 높다는 매력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모기지 회사가 나자빠지면서 MBS도 동반 부실화될 게 분명해졌다.

책임 공방은 있겠지만 채권값이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는 건 불가피하다.

또 부실화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인 크레딧디폴트스와프(CDS)를 팔았던 금융회사들도 부실에 따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금융회사 및 펀드와 기관투자가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에서 비켜갈 수 없게 돼 있다.


◆다른 부문까지 파급 가능성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금융 자산(43조5000억달러)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6050억달러) 비중이 1.4%에 불과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당장 신용 경색이 우려된다.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부실을 떠안으면 대출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들도 채권 매입을 주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또 주택담보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전체 경기에 영향을 준다.

아울러 MBS를 사들인 해외 투자자도 상당한 만큼 확산 여부에 따라선 글로벌 금융시장도 타격받을 수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렇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체감 파문'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시나리오로 끝날 것으로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