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톱 크기의 메모리칩에 1000편 이상의 DVD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소형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 소자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양규 교수팀과 나노종합팹센터(소장 이희철)는 공동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8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3차원 차세대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소자'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8nm는 이 소자에서 전자의 이동을 조절하는 게이트의 선폭을 말하는 것으로,머리카락 두께의 1만2000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선폭기술을 이용하면 머리카락 한 올에 12폭의 동양화를 그려 넣을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8㎚급 메모리 소자는 테라비트(1조비트)급 메모리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테라비트급 메모리는 1만2500년분의 신문기사나 50만곡의 MP3파일 또는 1250편의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영화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칩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개발한 40㎚급 회로선폭의 32기가비트(Gb) 메모리칩이다. 이번에 개발된 메모리 소자가 상용화되면 삼성전자의 32기가 메모리칩 크기를 25분의 1로 줄일 수 있고,집적도는 25배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팀은 전자의 이동통로인 실리콘 나노선 위에 산화막-질화막-산화막을 차례로 쌓아 올려 게이트 절연막(ONO)을 만든 뒤 이 절연막과 실리콘 나노선을 게이트가 3차원적으로 감싸고 있는 새로운 형태로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인 전자선을 이용한 초미세 나노선과 우수한 게이트 절연막 형성 기술은 과학기술부가 지원해 구축된 나노종합팹센터 장비와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8㎚급 메모리 소자가 상용화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우선 게이트 선폭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게이트 절연막의 두께를 줄이기 위한 초박막 형성 기술과 물성 개선 연구가 선행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대체 절연막을 찾는 재료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또 이번 8㎚급 메모리 소자는 나노종합팹센터에서 전자빔을 이용해 일일이 그려낸 것으로,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기술도 아울러 요구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번 메모리 소자가 상용화되려면 대체 절연막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후에나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6월12일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회의인 '초고집적회로국제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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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의 법칙' 10나노미터 이하도 유효 입증

최 교수팀이 개발한 '8nm 3차원 플래시 메모리 소자' 기술은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에 두 배 이상 증가한다는 '황(黃)의 법칙'이 10나노미터 이하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학계와 업계에서는 20nm 이하에서는 이 법칙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황의 법칙은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 회로 학술회의에서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이론.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은 1999년 256메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고 2000년 512메가,2001년 1기가,2002년 2기가,2003년 4기가,2004년 8기가 제품을 내놔 이론을 실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