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에 다니는 이미나씨(38)는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3년 전 가입한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수익률은 35% 정도로 양호한 편이다.

당장 목돈을 쓸 데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펀드에 계속 돈을 적립해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새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최근 이씨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적립식 펀드는 만기라는 개념이 따로 없지만 통상 3년이 지나면 중도환매 수수료 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적립식 펀드 붐이 일기 시작한 2004년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지,말지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중은행 재테크 팀장이나 프라이빗뱅커(PB)들은 기존 펀드의 수익률이 괜찮다면 환매하지 말고 계속 가져가고 분산 투자 차원에서 새로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펀드 투자에도 포트폴리오 개념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펀드의 상대적 수익률 따져봐야

적립식 펀드는 만기 후 무조건 낮은 이율이 적용되는 은행적금과 달리 해지 때까지 계속해서 자금이 운용되면서 수익을 내기 때문에 '만기'가 됐다고 무조건 찾을 필요는 없다.

적립식 펀드의 '만기'는 엄밀히 말하면 중도환매 수수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일이다.

예를 들어 2007년 5월15일이 만기인데 그 이전에 돈을 찾는다면 만기 직전 90일 이내 불입한 금액의 수익 중 70%를 중도해지 수수료로 내는 것이다.

또 매달 자동 이체를 걸어놨다면 만기 시 자동 이체가 중지되기 때문에 같은 펀드에 계속 돈을 불입할 계획이라면 펀드를 판매한 은행이나 증권사에 전화 등으로 만기연장을 신청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온 펀드라면 만기가 됐다고 무조건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 팀장은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수익률 상위 10% 안에 드는 펀드라면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이 낫지만 특정 업종의 비중이 높다든지 변동성이 큰 펀드라면 일정한 수익을 실현한 뒤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펀드 등으로 분산투자 고려를

은행 PB들은 특히 기존에 국내 주식형펀드에만 2~3개 가입했던 경우라면 수익률이 좋은 펀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해외펀드나 실물펀드 등 최근에 선보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한다.

만기 시점을 펀드 포트폴리오 재구성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2004년 판매됐던 적립식 펀드는 대부분 국내 주식형 펀드였기 때문에 위험 분산 차원에서 여러 개의 펀드에 나눠 가입했더라도 실질적인 분산 투자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김은정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만기가 돌아온 펀드 중 일부는 환매해 국내펀드 해외펀드 실물펀드의 비율을 50 대 40 대 10 정도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존 적립식 펀드는 환매 없이 그대로 운용하더라도 매달 적립하는 자금은 신 펀드에 넣을 것을 권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굴리는 펀드'와 별도로 '모으는 펀드'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좇으란 설명이다.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기존 국내 주식형펀드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해외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