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참여정부의 '혁신 전도사'로 불려 온 오영교 신임 동국대 총장(59)이 이번에는 '대학 혁신'에 나섰다. 지난 2월 취임한 오 총장은 13일 오전 재임 4년간의 경영방침과 동국대의 미래비전,발전전략 등을 담은 '108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강력한 대학 개혁을 시사했다. 오 총장은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동국대를 과감한 혁신을 통해 2011년까지 일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봉제 전면 실시다. 동국대 교수들의 급여 수준을 서울시내 상위 5개 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기본급 70%,성과급 30% 정도의 임금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오 총장은 "현재 국내에서 완벽하게 연봉제를 적용하는 대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동국대는 성과급 차등폭을 최대한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올 하반기 시범적용을 한 후 내년부터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과감한 교원평가도 혁신의 핵심내용 중 하나. 연구ㆍ교육 실적뿐만 아니라 기금 모금과 산학연구유치실적 등 학교기여도를 평가하는 항목도 신설한다. 평가 결과가 나쁜 교수들은 연구비를 차등지급하거나 안식년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과(단과대)별 평가를 병행하는 것도 파격적인 내용. 취업률이 낮거나 입학경쟁률이 저조한 학과의 경우 매년 정원을 10%가량 줄이고,대신 경쟁력있는 학과의 정원은 늘리겠다는 것.

이와 함께 앞으로 4년간 100명의 교수를 신규 채용해 교수 1인당 학생수를 25명(현재 31명)까지 낮출 예정이다. 현재 저조한 영어강의 비율도 30%까지 끌어올려 올부터 신규 채용된 교원들은 의무적으로 영어강의를 해야 한다.

물론 대학 개혁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철저히 성과중심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교수사회의 반발이 큰 탓이다. 최근 일부 사립대학에서 교수평가제 등 급진적인 개혁안을 내세웠던 총장들이 불명예 퇴진을 하고,상당수 국립대학들이 정부의 법인화 방침에 집단 반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총장이 대학가에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동국대를 일류대학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을지는 바로 이 같은 교수사회의 개혁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