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달 15일 이후 근 한 달째 연 4.94%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1월23일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발표를 계기로 연 4.60%(2006년 11월22일 기준)에서 지난달 초 연 4.96%까지 거침없이 치솟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그렇다고 내림세로 돌아선 것도 아니다.

반면 시장 실세금리인 국고채 금리는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채권시장의 수급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3년물이 연 4.84%,5년물이 연 4.87%까지 떨어져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CD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CD금리 왜 안 떨어지나

시장에선 CD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로 한국은행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의지와 시장의 수급상황을 꼽고 있다.

먼저 수급 측면을 보자.은행권이 자금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CD를 발행하고 있지만 투자 수요는 미미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추가적인 지준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작년 12월과 지난 1월 각각 9조원과 10조3000억원의 순발행을 나타냈던 은행권의 CD는 지난달 27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되며 다소 주춤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3월 들어선 다시 순발행(7일 기준 4810억원)을 보이고 있다.

12월과 1월에 발행된 CD의 만기 차환발행물량을 포함해 은행들의 CD를 통한 자금조달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CD의 주요 수요처인 자산운용사들은 CD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미 은행채와 CD의 편입 비중이 높아져 있는 데다 주로 CD에 투자해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로의 자금유입도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MMF 잔액은 1월에 1조4000억원 늘었다가 지난달 4000억원 감소했다.

게다가 이달 22일부터는 개인 MMF에 대한 익일환매제도(출금 신청을 하고 다음날 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돼 자산운용사들로서는 불편을 느끼는 개인들이 돈을 빼갈 가능성에 대비해 어느 정도 현금을 확보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돈이 들어와도 적극적으로 CD를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엔 판매사인 증권사들도 자산운용사의 MMF보다는 국공채를 근간으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래저래 시장의 CD 수요가 줄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현 수준 유지 가능성

단기금리인 CD금리가 콜금리 목표치보다 0.44%포인트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은이 현재의 단기금리 수준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지준을 포함한 현재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분간 통화정책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은 기존 대출가계가 CD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아직 견딜 만한 수준이고,신규대출은 억제되는 효과를 봤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상당 기간 콜금리 목표치는 유지하면서 공개시장 조작 등의 조치를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기조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D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도 "개인들의 대출수요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감소해 은행권의 CD 상환 규모가 차환발행 규모보다 줄어드는 게 확실해져야 CD금리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