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3일 '위기론을 돌아본다' 시리즈 4탄을 내놨다.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연재되고 있는 이 글의 3탄까지의 주제는 '안보'였다.

4편부터 '경제'로 넘어온 것이다.

제목은 '청개구리 신문들의 때 아닌 경제위기 타령'. 보수언론들이 안보장사하듯 경제위기를 부풀려 보도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그러면서 "향후 5,6년 내에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난 9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을 언론이 침소봉대하면서 위기론의 중요한 논거로 삼아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도하는 외국 언론을 엄중히 꾸짖더니 이제는 앞장서서 '한국경제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파탄' 등의 용어까지 서슴없이 써가며 경제 주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과연 그러한가.

이날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 관료는 최근 경제계 화두로 떠오른 이 회장의 '한국경제 위기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거시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이 관료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며 이 회장의 지적에 동의를 표시했다.

또 "하루 이틀에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이 4∼5%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는 "지금 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경제주체 간 공감대가 이뤄진 것 아닌가 싶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거시지표상으로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만나본 중소기업인들은 곧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미 기업들은 '테프콘 1(전시상태)'이라는 것이다.

언론보도가 경제주체에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청와대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청와대의 이런 자세는 시장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사람들은 청와대의 발언 배경에 뭔가 딴 게 있는것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