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재계에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창업주다.

올해 63세로 다른 총수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편이지만 직접 사업을 일으킨 '기업가 정신'을 김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김 회장은 대학시절 선진국 시찰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여행하다가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이끄는 원동력 중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데는 기업이 으뜸이고 기업가는 기업경영만 잘 하면 국가와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당초 예정했던 미국 유학을 보류하고 기업가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만 24세에 불과했던 1969년 김 회장은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동부그룹의 모태인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다.

김 회장에 대한 PI(최고경영자 이미지 통합)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스템 경영 △실상경영(實像經營) △공부를 많이 하는 CEO △회의와 토론을 즐기는 CEO △심사숙고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CEO 등으로 요약된다.

김 회장은 2001년부터 경영혁신을 추진하면서 시스템경영과 성과주의 경영을 통해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혁신의 로드맵을 만들어 1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둘째로 '실상경영론'은 겉모습이나 형식보다는 기업 본연의 실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김 회장 특유의 경영철학.밖으로 과시하거나 외형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내실을 다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런 생각 때문에 수행비서를 따로 두지 않고 있으며 해외 출장도 늘 혼자서만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셋째로 김 회장은 '공부를 많이 하는 회장'으로 통한다.

동부그룹 임직원들은 "그룹 내 주요 사업 현안의 최고 전문가는 김 회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7년 동부그룹이 반도체사업 진출을 추진하던 당시 김 회장은 관련 사업부문의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반도체 사업 진출 전략'을 주제로 2시간 넘게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임직원들은 세계 반도체시장에 대한 개황은 물론 세세한 수치와 전문 기술용어를 줄줄이 꿰고 있는 김 회장의 해박한 지식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한다.

김 회장은 또 회의나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을 좋아한다.

격의없는 토론 분위기로 '벽없는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큰 문제를 축소해서 손아귀에 놓고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회의를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회의를 통해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야 결정을 내리는 김 회장의 심사숙고 스타일은 재계에서도 유명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1983년 진출 의사를 처음으로 표방했는데 20여년간의 준비 과정 끝에 2001년 4월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 생산을 시작했을 정도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