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여성.과학계 인사 가운데 2명 선정

한국은행이 고액권의 인물도안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고액권 발행작업에 착수한다.

14일 한은은 고액권 발행작업의 첫 단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액권 인물 선호도 조사작업을 곧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인물도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비공개로 할 예정이다.

5만원권과 10만원권의 인물도안으로는 항일독립운동가와 과학자, 여성 등 3개 부문 가운데서 선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은 서베이 결과를 토대로 인물도안을 확정하고 해당 인물과 연관된 보조소재 등을 선정해 고액권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은 과거 화폐액면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도입을 포함한 화폐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할 당시 설문조사를 통해 정치인, 학자, 여성, 과학기술인, 독립운동가 등 5개 분야의 인물도안 후보군을 선정한 바 있다.

당시 화폐제도개선 방안은 고액권을 도입해 지폐권종을 기존의 3종에서 5종으로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엔 5개 분야의 인물도안을 선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정치인으로는 세종대왕이 선호도 1위를 차지했으며 학자로는 다산 정약용, 여성은 신사임당, 과학기술인은 장영실, 독립운동가는 백범 김구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반대로 한은의 화폐제도개선 방안의 실행이 무산되고 기존 지폐의 위.변조 방지 기능만 보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남에 따라 한은은 기존 지폐의 인물(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난해 초부터 새 지폐를 발행해왔다.

따라서 내년 이후 발행될 5만원, 10만원 고액권 인물도안으로는 정치인과 학자를 뺀 나머지 3개부문, 즉 여성과 과학기술인, 독립운동가 가운데서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곧 실시할 설문조사도 이러한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인물 선호도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를 대표한 인사로는 신사임당의 선호도가 높지만 일부 여성단체에서는 신사임당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전통에 의한 강요된 수동적 현모양처상을 상징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율곡 이이가 5천원권의 인물도안에 채택돼 있는 점 때문에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까지 지폐인물로 넣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대안으로 여권신장 운동에 공로가 큰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고 이태영씨를 인물도안을 채택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폐인물 도안은 사후 100년 정도가 경과해 인물에 대한 역사적, 객관적 평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채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때문에 이태영씨의 도안 채택 여부도 불확실하다.

독립운동가 후보로는 선호도 1위 백범 김구에 이어 유관순 열사가 2위를 차지했는데 유관순 열사는 독립유공자와 여성계를 모두 대표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이다.

특히 문화부가 최근 유관순 열사의 표준영정을 다시 지정하면서 기존의 수심 깊은 중년부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청순하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바꾼 것도 지폐인물 도안 채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범 김구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아 유관순 열사가 백범을 제치고 인물도안에 채택될 지는 불투명하다.

과학계 인사로는 현재까지 장영실이 가장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고액권 권종은 단 2종 뿐이라서 여성계와 과학계, 독립운동 유공자 단체 등 3개 부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묘안을 짜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고민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