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基承 < 청주대 교수·경제학 >

일자리 부족과 고용안정에 대한 걱정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대에는 널려 있는 것이 일자리였고 일할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1960년대에는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자 철강 화학 등 중화학산업이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반도체를 필두(筆頭)로 하는 정보기술(IT)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IT산업이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각종 정보화 지수(指數)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수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세계 수위권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이 4~5%로 크게 낮아졌지만 IT산업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지속하면서 전체 경제성장에 40%가량의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분업구조 속에서 IT 하드웨어부문에 특화한 우리 경제의 성장전략은 외형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문제는 IT산업의 고속성장이 우리 내부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의 IT산업 종사자 수는 72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IT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산업 전체의 1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취업자 비중이 크게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의 경우 10억원을 생산해야 겨우 12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 다른 산업의 경우 10억원의 생산증가가 평균적으로 2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연구개발분야를 제외하고는 생산인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IT 제조업의 본원적 속성에다 주요 중간 핵심부품의 상당수를 일본 등 외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IT산업의 고유한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그 결과 IT부문의 취업자증가율은 생산증가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IT 제조업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부품 및 영상통신기기 부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생산증가율이 20%에 달하고 있지만 취업자증가율은 6% 내외에 머물고 있다.

IT산업의 낮은 일자리 창출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IT 제조업부문의 특화(特化)를 주된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이 21세기 들어 한결같이 실업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나 이를 IT 특화전략의 실패라고 섣불리 단정지을 이유는 없다. IT부문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현재보다 더욱 약화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IT산업 전략도 지금까지의 외형성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IT 제조업이 지닌 성장엔진으로서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IT 서비스업 육성 및 발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첨단 IT를 응용한 전자상거래,비즈니스 솔루션,데이터 보안 등의 B2B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인통신,문화오락,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의 B2C 서비스업 등이 이와 관련된 업종들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1994~2005년 중 IT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연평균 3.1%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IT 서비스업은 1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 그 자체가 부가가치의 원천(源泉)이 되는 IT 서비스업이 갖는 고용흡수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산업의 정보지식화와 소비자 니즈의 복잡다양화로 IT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창의적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키우고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IT 서비스업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고용창출'의 구원투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