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제재'로 마카오만 `덤터기'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계좌 처리를 일임받은 마카오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미국은 마카오 당국에 BDA 조사결과를 통보해주고 북한계좌 해제 문제를 마카오측에 떠넘긴 채 BDA를 `돈세탁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임원들을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런 미국측 입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카오가 됐다.

마카오는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정치적 거래를 통해 마카오만 `덤터기'를 쓰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문제가 된 북한계좌는 `아무 일 없던 듯' 해제 조치되고 BDA만 제재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계좌보다는 BDA 자체가 주관심사일 수 밖에 없는 마카오로선 가장 맞서기 싫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BDA 제재' 후폭풍= BDA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각 금융관련 기관 5천개와 BDA의 직.간접 거래가 중단되고 외국기업과의 달러화 거래가 전면 차단돼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BDA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마카오 금융관리국은 BDA에 대해 청산, 또는 인수합병(M&A)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과거 미 정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한 리투아니아, 미얀마 등 8개 은행도 모두 도산하거나 통폐합됐었다.

우크라이나만이 적극적인 돈세탁 방지 활동을 편 끝에 제재 4개월만에 취소받은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규모가 영세한 마카오 금융권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다른 마카오 은행들의 대외거래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국 자본의 투자유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마카오가 `우크라이나 케이스'를 염두에 두고 지난 18개월간 미국의 BDA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돈세탁 방지법을 신설하고 다른 은행들의 감독관리를 강화한 것도 모두 허사로 돌아가는 셈이다.

게다가 마카오 당국은 미국의 BDA 제재 조치에 맞서 불법성을 반박할 만한 확실한 증거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지 한 외교소식통은 "BDA의 법률회사가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에 `마카오 당국의 감사결과 돈세탁의 증거가 전혀 없다'는 청원을 제출하긴 했지만 국제금융 거래망을 확인할 수 없는 마카오 당국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카오의 입장은 = 북한 동결계좌의 해제권은 마카오 금융관리국이 갖고 있다.

마카오는 계좌해제권을 무기로 미국이 BDA 제재를 면해주도록 흥정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계좌해제를 이달말까지 늦추면서 BDA에 대한 돈세탁 은행 지정 조치를 줄다리기해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마카오를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순조로운 북한 핵문제 타결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마카오에 BDA 제재를 받아들이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탐팍웬(譚伯源) 경제재정사 사장을 비롯한 마카오 당국자들이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참석차 베이징에 다녀온 것도 마카오가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딜레마에 빠진 마카오가 현재 고민중인 것은 BDA에 대한 처리 방식을 정하는 문제다.

일단 마카오 당국은 BDA에 대한 경영관리를 연장하는 수순을 밟은 뒤 시간을 두고 최종 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은 마카오 정부가 BDA 경영관리를 맡은지 1년6개월되는 날로 당국은 그전에 경영관리 체제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텡린셍(丁連星) 마카오 금융관리국 주석이 최근 "필요하다면 사안이 명확해질 때까지 BDA 경영관리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北계좌 해제규모는 = 미국이 계좌 해제권을 마카오에 일임한만큼 해제규모의 결정도 마카오가 쥐고 있다.

`덜 위험한' 자금으로 분류된 800만달러∼1천200만달러만 해제하느냐, 아니면 2천400만달러 전액을 해제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마카오 당국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북측은 전액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마카오에선 선별계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지 마카오일보(澳門日報)도 "북한 동결계좌가 전면해제되면 (논리적으로) BDA에 불법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선별해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마카오측이 중국 정부의 대승적 해결론을 받아들이고 BDA 제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전면 해제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향후 BDA의 청산이나 매각합병을 염두에 둘 경우 BDA에 남게 되는 북한 동결계좌는 처치 곤란이 아닐 수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한몫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