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 공장에서 나오는 폐열 등을 B기업 생산시설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울산지역의 '폐에너지 네트워크'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울산 석유화학 국가공단 내 20여개 업체에 전력 용수 증기 등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한주(옛 울산석유화학지원)가 개별 업체 간 폐에너지 교환에 반대하고 나선 데다 최근 재판부가 한주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울산 석유화학 업체들은 2004년부터 친환경 생태 산업단지(EIP)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폐열 등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 사용 체계를 갖춰오고 있다.


이 사업은 고유가 극복은 물론 대기오염 물질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프로젝트로 평가받아 왔다.

이미 태광산업은 쓰고 남은 폐열로 증기를 만들어 인근 한화석유화학에,온산공단 내 LG니꼬동제련은 폐열을 한국제지 등에 공급하면서 폐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울산시는 이 네트워크 사업으로 10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 에너지 공급 업체인 한주가 지난해 6월부터 폐열을 저압 증기로 재생산해 인근 한국알콜산업에 저가로 공급해온 삼성석유화학을 상대로 저압 증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최근 한주의 신청을 울산지법이 받아들이면서 폐에너지 네트워크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주는 1969년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정책에 따라 울산 석유화학 국가공단 내 업체들에 전력 등을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업체다.

재판부는 "정부로부터 집단 에너지 공급 지역 입주 업체에만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허가한 한주에 에너지 공급 독점권을 우선 부여해야 한다"며 삼성석유화학 측에 증기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다.

삼성석유화학은 부산고법에 이의신청을 내는 등 법정 소송에 들어갔다.

삼성석유화학은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이 폐열 회수를 장려하고 있는 데다 국무조정실에 질의한 결과 '(집단 에너지 공급 구역 안이라도) 1개의 사용자에게 잉여 폐열을 공급할 수 있다'는 회신이 있었다"고 법원 항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한주의 소송 제기와 법원의 결정으로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용산화학과 동부한농화학,애경유화,한화석유화학 등의 에너지 폐열 공유 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절감은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데도 한주가 독점 공급권을 내세워 수요 업체에 연료를 비싼 가격에 팔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10개 업체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최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주 측은 "공단 내 업체들끼리 폐열을 주고 받을 경우 집단에너지사업법과 이 법에 따라 에너지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한주는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개별 업체에서 발생하는 폐열도 우리 회사를 통해서 재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