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풍부한 오일머니를 전 산업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연결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러시아 경제가 에너지 부문의 성장을 동력 삼아 이륙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이윤의 상당 부분을 기계류,빌딩 같은 고정자산에 재투자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이 같은 투자가 13.5% 늘어나 옛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오일머니가 내수시장을 자극,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러시아 기업들이 설비 교체와 확장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결과다.

또 러시아 내수시장의 확대가 수입 증가로 이어지면서 러시아 업체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낮은 물가상승률 덕에 자금을 저금리로 차입할 수 있어 이 같은 연구개발(R&D) 투자가 활성화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지속된 정치적 안정도 투자를 촉진하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에서는 한때 천연자원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지만 지금은 식품가공,자동차 생산 등 업종으로 투자가 다변화돼 앞으로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성장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인텔과 포드차 같은 국제적인 기업들도 러시아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건축·인테리어 소매업체인 이케아와 미국 씨티그룹은 러시아 비즈니스를 현지에서 준비하고 있다. 옛 소련 시절 기간산업들도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던 조선소는 수출용 유조선을 만들고 있다. 미그기를 생산하던 공장도 6인승 소형 항공기를 제작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이 신문은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러시아 제조업체들이 값비싼 수입 제품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며 국제유가까지 상승,엄청난 오일머니가 유입되면서 성장세에 불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70%가 넘는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2000년 집권과 함께 시작된 경제발전에 기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집권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7000달러로 4배 늘었으며 200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