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濟民 < 연세대 교수·경제학 >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합의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주요 쟁점 사항은 해결되지 못하고 고위급 회담으로 넘겨져서 중요한 협상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협상은 어떻게 되어 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기본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제외적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없고, 철저하게 경제적 실익(實益) 위주로 따져서 할 것"이라고. 맞는 말씀이다. 지금까지 한·미FTA에 대한 찬반 논의에는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찬성론자들은 FTA가 지난 5∼6년간 불편해진 한·미관계를 복원하는 효과가 있다는 데 주목하였다. 반면 반대론자 상당수는 미국과의 통합보다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이 먼저라고 생각해 온 분들이다. 이분들은 현 정부 초기의 '동북아의 꿈'이 물거품이 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 이유로 한·미FTA에 반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현 정부가 초기에 내세웠던 '동북아 균형자' 같은 엉뚱한 생각을 뒤늦게라도 접어 넣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한·미FTA에 찬성하는 입장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경제를 갖고 풀려고 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잘 되지도 않는 것이다.

정치적 요소를 걷어내고 경제적으로만 볼 때 한·미FTA의 손익(損益) 계산은 어떻게 되나. 아직 주요부문이 타결되지 않아서 잘 알 수 없지만,기본적으로 1년여 전 한·미FTA를 시작하면서 한 계산대로가 아닐까 한다. 수출과 수입에 나타나는 직접적 효과는 마이너스다. 사회갈등 비용을 더하면 마이너스 효과는 더 커진다. 이것을 보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주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이다. 특히 서비스산업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미국으로부터 직접투자가 대거 유입될 수 있다면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런 효과가 충분히 크다면 전체 효과는 물론 플러스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한·미FTA가 자동적으로 외국인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의 접근이 용이해짐으로써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일부 있기는 하겠지만,외국인 투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투자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그 중 하나가 예컨대 현 정부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 온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규제다.

한·미FTA가 체결된 결과 외국인 투자가 대규모로 들어오려 한다고 치자. 아마도 십중팔구는 수도권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겠는가. 이 경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수도권에 대한 국내 기업 투자도 막아 놓고 있는데,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대규모로 제한을 풀어줄 것인가.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지방이 세계 속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수도권에 대한 규제나 하는 식이라면,한·미FTA가 외국인투자를 늘린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결국 지금과 같은 조건하에서라면 한·미FTA는 비용만 치르고 이익은 거두지 못하는 쪽으로 귀결(歸結)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미FT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은 주요 쟁점에서 협상을 잘 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협상은 정치적 요소를 제거하고 철저하게 경제적 손익 계산에 의거해서 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FTA가 진정으로 경제적 실익이 있으려면 반드시 국내적 투자 환경의 개선과 병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정부가 지난 4년간 해내지 못한 그 일을 지금 하라고 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미FTA가 체결될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 이 문제는 다시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과제다. 현 정부도 어쨌든 앞으로 1년 가까이나 임기가 남아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