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인간 생명의 사령탑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입니다. 뇌를 연구한다는 것은 생로병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의대에 진학한 한국의 우수 과학기술 인재들이 이 분야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교수와 강 교수는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기초과학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같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뇌과학 인재를 키우는 특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인 신경 줄기세포 전문가인 김 교수는 "성체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신경 줄기세포를 활용한 뇌 질병 치료 관련 연구가 미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의 강점인 줄기세포 분야를 뇌과학 연구와 접목시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초연구도 난치성 질환 퇴치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근 한국에서 사망률 4위로 떠오르고 있는 자살도 뇌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뇌 행동력 결핍증의 유전학적 근거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국 대형 제약사인 릴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최근 시카고의대는 신경과학연구소를 따로 독립해 의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자학 물리학 심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학제적 차원에서 뇌과학 연구를 하고 있다"며 "특히 공과대학이 생명정보(BIT) 융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뇌과학에서 임상 연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한국의 국립병원에서 뇌과학 임상 연구만을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77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며 KAIS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코넬의대 조교수,테네시의대 부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하버드의대 맥클린병원 분자신경생물학실험실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유도기술을 개발,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 가능성을 개척했다.
강 교수는 1978년 시카고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1982년 존스홉킨스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2년부터 시카고의대 조교수를 하고 있다. 파킨슨병,헌팅턴병 등 신경 퇴행성 질병 연구로 2개의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5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오춘호/양윤모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