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시의적절한 주제다.

복지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이 돈들이 제대로 쓰이도록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짜는 단계에서부터 부처 간 중복되고 경합되는 복지사업들을 교통정리해 줘야 한다."(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런 주제를 들고 나온 의도가 불순하다.

복지서비스의 중복 가능성과 지출의 효율성을 얘기하는데 우리가 지금 그런 것을 논할 처지인가.

효율성을 논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후에야 효과가 있었는지,효율성이 있는지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서재익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회장)


14일 기획예산처가 주최한 '2007∼20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사회복지분야 토론회'에서는 중앙 부처들이 벌이고 있는 비슷비슷한 복지사업을 정리하는 문제를 놓고 참석자들 간 날선 논쟁이 2시간여 내내 계속됐다.

박능후 경기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서비스 공공 효율성 제고와 민간 역할의 강화'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사회복지 분야 재정 지출을 늘리려면 비슷비슷한 복지사업을 여러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개발·시행함으로써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 경합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경합이란 각 부처가 복지지출 증가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시행함으로써 업무 혼선과 전달체계상의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박 교수는 서비스 경합 가능성이 큰 사업들을 △같은 부처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다른 부서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같은 부처에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다른 부처에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소개했다.

예컨대 복지부가 중증장애인 가사지원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장애인 선택적 복지사업'과 여성가족부의 '장애가정 아동양육 지원사업'은 두 번째 유형에 속하는데,중증 장애인이 아동이라면 두 사업의 대상이 똑같아지므로 한 부처로 사업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박 교수는 권고했다.

그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서로 각기 다른 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일선 지자체에선 유사·중복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비슷한 사업들을 통합하든지,일선 담당자들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류해 서비스가 중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표 내용에 대해 찬반 양론이 갈렸다.

서재익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은 "서비스 중복문제를 걱정하는데 현장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며 "현장에서는 기본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데 중복될 게 뭐 있느냐"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지자체들이 필요도 없는 다리나 도로를 수백억원씩 들여 건설하고 있는데,이런 예산만 줄이더라도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10개 이상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성 기획처 복지재정과장은 "복지예산은 한번 지출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설계단계부터 비효율성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맥락에서 적절한 지적"이라면서 "복지사업들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이며 곧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올해 대선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부처 간 조직개편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