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개막된 '세계컴퓨터과학자서울대회'가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폐막됐다. 국적 나이 인종을 초월해 오로지 '컴퓨터과학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53개 국가에서 날아온 450여명의 과학자들은 내년 3월 브라질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세계컴퓨터과학자대회(ACM-SAC)는 자동차 전시회나 꽃 전시회처럼 일반인이 가족과 함께 와서 구경할 만한 쉬운 행사는 아니다. 과학자들이 발표한 250여편 논문은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했다.

미국컴퓨터학회,서울대와 함께 행사를 공동주최한 한국경제신문사의 특별취재진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매 시간 작은 방에서 일제히 열리는 논문 발표 트랙에 들어갔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간에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유사성 검색-메트릭 공간 접근법','웹온톨로지 언어 개발과 추론에 대한 소개','협조 모델과 컴퓨터 언어 및 구조','시맨틱 기반 자원 탐색'…. 영어 청취력이나 논문 이해력은 완전 별개였다. "논문이 무슨 외계어 같다"라고 말한 기자도 있었다.

주눅이 든 취재진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대회 이틀째부터였다. 계기는 과학자들이 던진 격려의 말에서 비롯됐다. "일간신문이 ACM-SAC를 취재하느냐. 대단하다","세계 최고 권위의 컴퓨터과학자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큰 의미가 있다","중국 일본 인도를 제치고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대회를 유치한 것으로 안다","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라.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겠다." 이후 취재진은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들을 따로 만나 꼬치꼬치 물었고 과학자들은 기꺼이 바쁜 시간을 내주었다.

행사 기간에 감동도 많이 받았다. 다양한 인종,다양한 연령대의 과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비즈니스 언어'(영어를 이렇게 불렀다)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논문은 어려웠지만 대회를 취재한 5일간은 행복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한사코 손사래를 쳤던 히잡 쓴 이집트 여성 과학자를 브라질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