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보다 작은 종양도 찾아낸다
국내 연구진이 뇌 조직을 선택적으로 분자·세포 수준에서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조영제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마치 뇌를 해부해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내부 구조를 볼 수 있게 되고 밀리미터(mm) 이하의 아주 작은 종양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그동안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던 치매나 파킨슨병 간질 등 난치성 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44) 팀은 이정희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교수(46) 팀과 공동으로 산화망간 나노 입자를 활용해 기존 MRI 조영제보다 훨씬 선명하며 선택적으로 뇌 조직을 진단할 수 있는 조영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날 독일 화학회지인 '안게반테 케미'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5월에는 이 학회지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망간 이온이나 자성 나노 입자를 활용한 MRI 조영제는 조영 효과는 좋지만 인체에 부작용이 크고 허상이 자주 맺혀 인체에 사용하기 부적합하거나 정확한 진단에 곤란을 겪고 있다.

연구팀은 산화망간 나노 입자에 종양세포 흔적을 찾아내는 항체를 결합,새로운 조영제를 만들었다. 이후 뇌에 유방암이 전이된 쥐의 정맥을 통해 이 조영제를 주사,영상화한 결과 이전 조영제를 사용한 MRI에선 보이지 않았던 뇌로 전이된 암세포가 선명하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영상화된 암세포는 주위 정상 세포와 분명히 구분됐으며 간 신장 척추 등 다른 기관에서도 훨씬 뚜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고 주위에 어떠한 허상도 만들지 않았다고 현 교수는 덧붙였다.

현 교수는 "이번 조영제 개발을 통해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적 구조를 선명하게 영상화할 수 있고 특히 뇌에 전이된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며 "더욱이 줄기세포나 이식세포의 분화 및 이동 추적 등 기존 조영제에서 찾을 수 없는 분자 수준의 살아 있는 영상을 볼 수 있게 돼 각종 뇌종양 질환의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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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조영제=X선 검사 때 음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장기나 조직에 X선 투과도가 다른 물질을 주입,촬영이나 투시를 하면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 X선을 잘 흡수하는 양성 조영제와 X선을 잘 투과시키는 음성 조영제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