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在旭 < 경희대 교수·경제학 >

"정부조직은 주어진 구실이나 업무와는 관계없이 항상 사람을 늘어나게 하는 속성이 있다." 파킨슨 법칙이다. C N 파킨슨이 1955년 이코노미스트지(誌)에 발표해 유명해진 것으로서 관료주의의 폐해를 비판한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지난 4년 동안 공무원 수가 4만8000명이나 늘어났다. 이로 인해 2006년 공무원 인건비는 4년 전보다 33% 늘어난 20조원에 이른다. 또한 정부지출이 2002년 135조6100억원에서 2006년 224조1000억원으로 65.2%나 증가했다.

공무원 수와 정부지출이 늘었지만 정부서비스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패방지만이 2002년 67.2%에서 2005년 69%로 약간 좋아졌을 뿐,정부효율성 지수가 81.3%에서 78.9%로 하락했고 정부 규제의 질도 74.4%에서 71.8%로 나빠졌으며,법치주의 수준은 74.9%에서 72.5%로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05년 29위에서 38위로 추락했는데,주요 원인이 정부의 비효율성에 있었다. 정부 행정효율이 31위에서 47위로 크게 떨어졌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정부 조직을 또 늘렸다. 국무회의에서 재정경제부가 요청한 '국가채무관리과'와 '출자관리과' 등 2개과를 신설하고,공무원 5명을 증원하는 안(案)이 의결됐다. 그리고 산업자원부는 지식서비스팀을 신설하고,임시조직으로 운영해온 재정기획팀과 홍보지원팀,알제리-아제르바이잔팀을 상설화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정원을 10명 늘렸다. 게다가 앞으로 보건복지부,기획예산처,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외교통상부 등이 조직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비대해지면 경제가 침체되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정부의 팽창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제 위기론을 그냥 흘려듣기에는 심상치 않은 경제상황이다.

정부가 커지면 경기가 침체되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이유는 첫째 자연히 정부의 시장 간섭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민간부문의 활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가 커지면 그에 따른 정부지출 증가를 위해 세금을 올리고,부채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고 채무를 증가시키는 것은 그만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동일한 금액을 쓰더라도 민간부문이 정부부문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셋째 시장은 기업의 기민한 활동을 촉진하고 잘못된 결정을 한 사람들에게 신속하고 확실한 처벌을 하는 것과는 달리 정부는 변화에 대한 적응이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정과 절차를 따지기 때문에 시장과 비교해 오류(誤謬)를 시정하는 시간이 길고 환경변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신기술에 대한 적응에서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그래서 정부가 커져 민간부문이 할 일을 정부가 대신하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넷째 정부의 영역이 커지면 개인들이 생산을 통해 소득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정부의 시혜(施惠)를 통해 소득을 증가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희소한 자원이 부(富)의 창출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소득이전추구 활동에 사용된다. 다시 말하면 자원이 생산적인 것에서 비생산적인 사용처로 이동하게 돼 경제성장이 방해받는다.

민간부문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부문을 확대한 것이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와 국민의 조세 부담을 증가시키고 결국 성장 동력을 떨어뜨려 국가를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는 것이 여러 나라의 역사적 경험이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고 국가를 번영의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직과 씀씀이를 크게 줄여야 한다.

잘못 운영되고 있거나,효과가 없는 활동과 부서를 폐지하고,특수이익집단을 보조하고 경제적 의미가 없는 부서들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에 적합한 활동은 지방정부에 이양하며,민간부문에 의해 수행돼야 하는 활동들은 민영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