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오는 7월부터 KT SKT 등 유·무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에 대해 요금 할인을 허용하고, 기간통신 역무도 단일 역무로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규제 정책 로드맵을 내놨다. 망과 서비스가 통합되어 가는 발전 추세에 맞추어 현행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이란 점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통신서비스 결합판매 허용, 역무통합 등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진전이 없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통신시장의 위축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칸막이식 규제 하에서는 서비스 간 경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사업자가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기존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활성화를 시도할 기회가 제약되면 시장을 창출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 전화, 휴대인터넷, 3세대 이동통신 등이 모두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렇게 서비스 간 경쟁, 결합상품 간 경쟁이 제한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선택의 폭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고, 요금 인하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자 후생(厚生) 측면에서도 지금의 규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통신시장 규제완화 로드맵은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정통부가 규제완화의 내용과 일정을 로드맵으로 제시한 것은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가능한 한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미 걸림돌이 되고 있는 법과 제도라면 하루라도 빨리 정비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또 이런 로드맵은 통신시장에 국한(局限)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도 시대적 흐름이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몇 년째 갈등만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통신과 방송 간 서비스 경쟁, 결합상품 간 경쟁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IPTV다. 방송 통신 모두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으려면 두 영역을 아우르는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이 문제 역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규제완화는 반쪽자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