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자료 예치(에스크로)제'가 올 하반기에 법제화된다.

염홍철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인천 남동공단 내 산단공 경인지역본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07년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중소기업 정책)'에서 "중소기업 핵심기술 보호제도인 기술자료 에스크로제를 올 하반기에 법제화하는 등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하도급 거래방지를 위한 제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술자료 에스크로제는 중소 납품업체가 제품에 대한 기술자료를 구매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대신 은행과 같은 제3의 기관에 예치하고 계약서에 미리 합의한 요건(납품업체 도산 등)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구매 기업이 기술자료를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구매기업이 제품가격 산정 등의 명목으로 기술자료를 가져간 뒤 경쟁업체에 넘겨 납품단가를 인하하려고 하거나 자체 개발에 이용하는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는 "기술자료를 내놓으라는 대기업의 요구를 거절하면 거래를 포기해야 한다"며 "중소업체들이 힘들여 개발한 기술이 대기업 이름으로 나오거나 대기업에서 기술 자료를 경쟁업체에 넘겨 단가 인하를 유도해도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를 막기 위해 2005년 'SW사업 표준하도급 계약서'에 '기술자료 예치제' 조항을 신설했으나 권고사항에 불과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염 위원장은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예치 기관을 지정하는 등 기술자료 예치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며 "공정위가 활성화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올 하반기에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기특위는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거래 기업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거래공정성 평가제를 도입하고 대·중소기업이 납품가격 결정의 합리적 과정 등에 대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고 모범적으로 준수하는 경우 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