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사업가인가, 경제 원칙주의자인가.

재산 490억달러로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호 랭킹에서 3위에 오른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회장(67).그가 "사업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며 일갈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멕시코시티에 있는 건강연구재단에 4억5000만달러를 내놓는 자리에서다.

그는 "우리 신조는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산타클로스와 같이 돌아다니며 기부하는 게 아니다"며 자선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슬쩍 걸고 넘어갔다.

슬림은 이어 "가난은 기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사업가는 기부활동보다는 기업을 튼튼하게 만듦으로써 사회에 더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재산이 무려 190억달러나 증가해 자산가들 중에서 단연 돋보인 슬림은 게이츠나 버핏과 자선사업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49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재산의 1%에도 못 미치는 기부를 하는 것은 너무 작다고 수군거리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이날 발언은 즉각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슬림의 재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시간당 최저임금이 500원에 불과한 멕시코에서는 대체로 곱지 않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멕시코에서 통신비가 매우 비싸다고 발표한 후 그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많은 사람은 슬림이 유선통신망 사업에서 모은 엄청난 재산을 기반으로 무선통신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멕시코의 통신회사인 텔멕스를 이끌고 있는 그는 든든한 배경도 없이 정상에 오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통한다.

가난한 레바논 이민자의 아들인 그는 1990년대 초 멕시코 통신산업 민영화 과정에서 큰돈을 벌어 지금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휴대폰 사업에서부터 은행업,정유장비업,소매업,식당업 등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했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