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조영훈씨(가명·34)는 최근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연 7.9%에 카드 현금 서비스를 쓰라는 것이다.

연 8.5%인 신용대출로 500만원을 빌려 쓰고 있는 터여서 조씨는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최근 들어 은행들이 파격적인 금리(수수료율)를 내세우며 카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우량 고객들에게 현금서비스 금리를 7∼8% 대 수준으로 낮춰주면서 현금서비스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최우량 고객들에게 연 7% 대로 현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레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1등급 고객의 최저 현금서비스 금리가 9%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2%포인트 이상 할인해 주는 셈이다.

국민은행도 최근 들어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본래 현금서비스 금리보다 10∼20%씩 낮은 금리 조건을 내세우며 텔레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저 10.9%인 1등급 고객의 현금서비스 금리를 8%대로 인하해 주고 있다.

신한지주 계열인 신한카드도 고객들에게 텔레마케팅을 통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고 하나은행과 씨티은행도 최근 우량 고객들의 금리를 낮춰주는 형태로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금리를 세분화했다.

특히 씨티은행은 본래 등급보다 우량한 등급의 금리를 적용하면서 카드론 금리를 할인해 주고 있다.

지난달부터 씨티은행으로부터 카드론을 쓰고 있는 한 고객은 "고객 등급이 3등급이지만 2등급 금리인 9.9%를 적용해 줄 테니 카드론을 쓰라고 해서 11% 대였던 신용대출에서 카드론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조달 금리가 낮은 점을 이용해 신용판매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전업계 카드사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