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달러화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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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상당히 불안하다. 차이나 쇼크가 얼마 전 시장을 강타하더니 이번엔 미국 모기지론 업체의 부실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타나고 있는 게 '엔 강세-달러 약세' 현상이다.
이런 통화가치 변화는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되고 있는 데서 비롯됐지만 긴 눈으로 본다면 어디까지나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단기적 요인에 불과하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양국 간 금리 격차가 해소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달러화는 약세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쌍둥이 적자라는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탓이다. 미국의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는 실로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만 해도 8566억달러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의 6.5%에 이르렀고 매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재정수지 적자 역시 개선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 선에 이르면 해당 통화는 절하압력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달러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달러화를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갖고 있는데다 대미 교역에서 흑자를 올린 나라들이 보유외환을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 투입하고 있는 까닭이다. 국채 매입을 통한 자금의 환류가 적자를 메워주면서 미국경제를 굴러가게 만들고 달러 가치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순환구조는 세계 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도 낳고 있다. '금 본위' 화폐제도가 폐지된 이후 '미국 국채 본위'제가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런 순환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가 등장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세력권을 넓혀가고 있고,엔화의 영향력도 회복되는 추세다. 중국경제가 공룡으로 성장하면서 위안화도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미국이나 달러화에 필적할 만한 호적수가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달러화의 독주체제가 서서히 흐트러지고 있고,각국의 외환 운용수단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미국경제를 지탱해온 순환구조가 뒤틀린다면 미국은 쌍둥이 적자와 국채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강요받게 될 것이고,그럴 경우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방법일 것이다. 보호무역이 미국인들에게 미칠 불편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쪽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그런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화 가치 하락폭은 요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깊어질 수 있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또한 막대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 차원에서의 이야기인 만큼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하는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통화가치 재편을 시사하는 전주곡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까닭이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이런 통화가치 변화는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되고 있는 데서 비롯됐지만 긴 눈으로 본다면 어디까지나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단기적 요인에 불과하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양국 간 금리 격차가 해소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달러화는 약세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쌍둥이 적자라는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탓이다. 미국의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는 실로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만 해도 8566억달러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의 6.5%에 이르렀고 매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재정수지 적자 역시 개선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 선에 이르면 해당 통화는 절하압력을 이겨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달러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달러화를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갖고 있는데다 대미 교역에서 흑자를 올린 나라들이 보유외환을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 투입하고 있는 까닭이다. 국채 매입을 통한 자금의 환류가 적자를 메워주면서 미국경제를 굴러가게 만들고 달러 가치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순환구조는 세계 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도 낳고 있다. '금 본위' 화폐제도가 폐지된 이후 '미국 국채 본위'제가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런 순환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가 등장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세력권을 넓혀가고 있고,엔화의 영향력도 회복되는 추세다. 중국경제가 공룡으로 성장하면서 위안화도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미국이나 달러화에 필적할 만한 호적수가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달러화의 독주체제가 서서히 흐트러지고 있고,각국의 외환 운용수단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미국경제를 지탱해온 순환구조가 뒤틀린다면 미국은 쌍둥이 적자와 국채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강요받게 될 것이고,그럴 경우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방법일 것이다. 보호무역이 미국인들에게 미칠 불편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쪽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그런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화 가치 하락폭은 요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깊어질 수 있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또한 막대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 차원에서의 이야기인 만큼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하는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통화가치 재편을 시사하는 전주곡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까닭이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