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라고 하면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1960~80년대 서슬퍼런 독재정권과 반민주에 맞서 올곧은 소리로 민중을 깨우치고 위정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었던 강골의 교수들도 기억한다. 현대사의 고비마다 교수들은 그 직을 걸고서 양심의 소리를 냈고,현장의 중심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다했기에 이들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교수사회가 너무 이기적인 집단이 됐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권력에 취한 학자들이 너도나도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있어서다. 학문적 소신을 정책에 반영해 보겠다는 소신파도 있지만,한 자리 해보겠다는 출세주의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유력 정치인에 줄을 대서 고위직에 입성했다는 얘기들은 진부할 따름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요즘은 각 정파나 대선후보 진영에 교수들이 몰려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는 소식이다. 소위 '폴리페서(Polifessor)'들 때문이다.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인 폴리페서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내세워 정치참여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상아탑의 연구실을 떠나면 자칫 어용학자로 지목되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한다는 소릴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던 과거 시절은 아예 잊혀진 듯하다.

교수들이 현실정치에서 경험을 쌓고자 하는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교수들처럼 평소 자신의 이념성향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정책결정에 참여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교수 출신인 미국의 전·현직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나 조지 슐츠,콘돌리자 라이스가 어용시비에 휩싸인 적은 없다.

폴리페서는 아니라 해도 TV의 단골손님인 텔레페서(Telefessor),전공과는 관계없는 잡학상식을 파는 아마페서(Amafessor)들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수의 본업인 연구와 강의를 소홀히 하고 학생지도에 소극적이라는 우려 때문일 게다. 일부 정치지향적인 교수들로 인해 대다수의 양식 있는 교수들이 매도를 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