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柄徹 < 산림청 산지보전단장 >

인류의 역사는 자연을 활용한 역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도구와 불의 사용으로 인간은 자연의 수동적인 구성요소에서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됐다.

다만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문명의 발달 정도에 따라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달랐다.

농경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생활양식은 산자락에서 태어나 산에서 연료와 먹거리를 의존해 살다가 죽으면 다시 산에 묻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는 도시에서 태어나 가공된 먹거리를 이용하고,산에 의존하기보다 산을 이용하고 개발해 자연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산은 신(神)이 거주하는 신령한 곳으로서 숭배의 대상에서,연료와 먹거리 등 생활에 필요한 상당부분을 의존하는 경제생활의 매개체로 변화했고 다시 생활환경을 보전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공공이익의 제공자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산불도 인류 문명의 발달에 따라 발생의 주된 원인이 바뀌었다.

인류역사의 초기에는 자연발생에 의한 산불이 주된 원인이었으나,농경사회가 발달하면서 산림의 농경지화를 위한 화전(火田) 또는 경작 과정에서 논·밭두렁 소각 등으로 인한 불이 산불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사회에 있는 현대는 입산자(入山者) 실화가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입산자 실화는 웰빙 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등산인구의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산불은 봄철에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인간의 경제적 욕심으로 인한 산불도 늘어나고 있다.

산림을 개발하기 위해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을 보전가치가 떨어지는 산림으로 만들어 개발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방화(放火)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제도를 통해 이를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또 하나의 산불방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산불의 피해는 연평균 산림 4000여ha,인명 10여명,재산 100억여원으로 집계되고 있어 정부가 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산불피해 최소화를 위해 산불 예방 및 초기진화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류의 역사가 유구하게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산은 인간의 안식처이고 생활근거지로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또한 산은 한번 훼손되면 이를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산불예방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