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노랫말처럼 세상이 어수선해도 어느 한 해 봄이 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봄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의 기운이 서서히 피어오르는 것은 습도와 온도가 동시에 올라가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피의 흐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게으름을 부려도 스멀스멀 몸 속을 흘러다니는 봄기운을 떨쳐버릴 수 없고,일년 어느 때보다도 배꼽 아래에 밀려드는 새로운 기운이 힘있게 느껴지는 시기다.

여성들 가운데는 유독 봄을 타는 이들이 많다.

봄만 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봄은 일조량이 많아져 감정 표현과 연관 있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많아 기분이 들뜨게 되고,양기가 많아지므로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음의 기운이 많은 여자들이 보다 민감하다.

그래서 꽃피는 봄만 되면 님을 생각하고,있지도 않은 님을 기다리는 대책 안 서는 여성들도 있다.

이를 틈탄 늑대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는 계절.중년의 아내 가슴도 한껏 부풀어 있는데 남편이 잠만 퍼 자려한다면 부부갈등은 뻔하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슬그머니 만졌더니 왜 이러냐며 팍 돌아눕는데 찬바람이 쌩 부는 거야.그런데 내가 너무나 하고 싶었거든.자존심 팍 죽여가며 잡아 끌었더니 신경질을 부리며 그렇게 하고 싶으면 딴 데 가서 하라는 거야.자기 신경 안 쓸 테니까.

그게 말이 되냐구.그런 말은 여자들이나 하는 말 아니야?"

"여자들은 우리가 밖에 나가서 얼마나 신경쓸 일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잘 모른다구.집에 오면 그저 쉬고 싶고 아무 생각이 없거든.그런데 자꾸 보채면 짜증이 나지.그래도 한 달에 두어 번은 해 줘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거 같아 하긴 하는데 그 놈이 협조를 안 해줄 때는 정말 진땀나지.하기 전에도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나…'하면서 겁이 날 때도 있어.잘 되면 좋지만 실패할 때는 서로 김만 새고 정말 남자체면 안 서는 거지.다음 날 아침 마누라 얼굴 보기 민망해서 일찍 출근해버릴 때도 있어."

중세시대에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니스에서는 사순절 전의 며칠 낮 며칠 밤 동안 계속되는 축제가 열렸다.

서로 알아 볼 수 없게 가면과 가발을 썼으며,짙은 화장을 한 남녀가 억제할 수 없는 정욕의 기쁨 속에 깊이 빠져들었는데,노출되지 않는 신분 속에 노출되는 성적 욕망으로 잘 포장된 사육제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욕망을 태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베네치아 카니발이 매년 3월 초에 열린다.

인간은 먹고 즐길 수 있으며 느끼고 행동할 자유는 있지만 제약들이 따른다.

그런 제약과 규범 속에 살면서 잠시라도 벗어나 뜻밖의 행동들을 하는 위험한 중년들이 있다.

살면서 누구나 육체적 자유를 갈망하는 유혹에 빠져들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때에 부부 사이가 튼실하다면 선악과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한다고는 하지만 남성다움을 스스로 포기한 정력이 달리는 남편이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 둥,그것만 밝힌다는 둥,피곤한데 제발 건드리지 좀 말라는 둥' 아내를 흡족하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졸지에 창녀같은 처지로 전락시키는 순간 오기가 발동하면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들이댄다면 아무리 바깥일이 험하고 힘들어도 호미로 막을 일을 포클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어디 누구 없소…? 정신연령 십 팔 세에 봄 타는 여자 여기 있소.내 남편 같지 않은 누구라도 좋소…. 남편들은 아시는가? 살랑거리는 봄날에 결혼 한 지 오래된 아내들의 피도 여전히 뜨겁고 설렌다는 걸….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