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한 지 8년쯤 지났을까. 나는 드디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온갖 장르의 글들이 다 써졌다. … 너무나 많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생각들을 잘 간수하기 위해 나는 그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글이 되었던 것이다."

김용택 시인이 글을 쓰게 된 계기다.

하지만 그를 책의 세계로 이끈 계기는 따로 있었다.

시골에서 농고를 졸업한 그는 친구들의 권유로 스무살에 교사가 됐다.

첫 임지는 양말을 벗고 도랑을 세 개나 건너야 하는 시골 분교.이곳까지 찾아온 월부책 장수가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책 장수가 물어나르는 도스토예스프키·박목월·이어령·괴테·헤세·니체·서정주 등의 전집을 섭렵하던 그는 드디어 전주 헌 책방으로 진출해 잡지와 책들을 사 날랐고,결국은 시로 토해냈던 것이다.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안철수 외 지음,이미지박스)은 각계에서 일가를 이룬 명사 23명이 털어놓은 자기 인생의 특별한 순간,결정적 계기에 대한 이야기다.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는 자신의 참고서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판 어머니로 인해 마음을 다잡았고,박원순 변호사는 대학에 난입한 경찰의 폭력에 대항했다가 수감생활을 하고 여기서 만난 잡범들에게서 세상의 그늘과 빛을 발견했다.

또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그 분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자신이 있으면 지금 일을 때려치우고 원하는 쪽으로 가라"던 시청 앞 군고구마 장수 할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진로를 바꿨다.

소설가 양귀자,투자전문가인 시골의사 박경철,벤처기업가 안철수,성우 배한성,방송작가 박예랑,정신과 의사 김병후씨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들려주는 '결정적 순간'들이 흥미롭다.

258쪽,1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