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넛크래커 위기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일본 등 선발 국가와 중국 등 후발 국가의 협공을 받아 마치 넛크래커(호두까는 집게) 속에 끼인 호두 같은 상황이 됐다는 진단이다.

정 회장은 이에 따라 위기를 돌파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새로운 성장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16일 기아차 주주총회 영업보고서에 실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세계 자동차산업은 내일의 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한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 업체는 현대차에 대한 견제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고,중국 등 후발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는 현 상황은 사실상의 경영위기"라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이어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글로벌화에 따른 환율 리스크 증대 등 경제여건 역시 만만치 않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방식과 시스템으로 새로운 성장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9일 현대차 주주총회에서도 이 같은 위기론을 설파하며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혔었다.

정 회장이 이처럼 연이어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과거의 틀에 안주하지 말고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 회장이 위기론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산업인 전자와 자동차가 동시에 위기에 처해있다는 재계 총수들의 진단이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