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해결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며 "미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미국 경제의 징후가 심상치 않다"고 말하는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선물협회가 주최한 회의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경제의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경제에 일정한 충격을 주지 않고 해결될 가능성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담보 대출 시장 전체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의 이 같은 발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온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시각과 대비된다.

그린스펀은 "주택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과소 평가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주택경기 침체는 모기지 부실보다는 주택가격 하락 탓이 크다"면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년간 호황의 밑바탕이었던 소비심리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급속히 위축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힐러리 의원도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회견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주택 가압류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의 경고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모임에서도 "주택의 무차별적인 가압류를 방지하기 위해 모기지 상환 재조정이 필요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회사를 구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55%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전이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집값도 지난달 조사 결과(0.18% 하락)보다 큰 0.77%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반영한 결과다.

이들은 그러나 미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불안도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71%로 많았다.

한편 메릴린치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을 해결할 대책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제시했다.

메릴린치는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경우 집값이 10%가량 떨어지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100%에 근접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정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