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해외 증시에 투자할 자격을 갖춘 기관(QDII)들의 집단 한국행은 국내 증시도 차이나달러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시장 조사 후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차이나달러의 국내 증시 진출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고 1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운용을 다원화하기 위해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 허용까지 검토하고 있어 차이나달러가 한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수익을 위한 한국행

차이나달러의 한국행은 QDII 도입 1년간의 성적이 시원찮은 게 큰 이유다.

1년여 전 QDII가 도입될 때만 해도 '중국발(發) 저가 상품과 저임 노동력,그리고 관광객까지 세계시장을 휩쓴 데 이어 중국 투자자 물결이 세계 자본시장에 밀려들 것'(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작년에만 3.35% 오르는 등 상승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부 해외펀드가 손실을 기록한 데다 중국 증시 자체가 130% 급등하면서 해외펀드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

중국은행이 지난해 7월 처음 내놓은 해외펀드 '중은달러증가형현금관리'는 미국 국채 등에 주로 투자했으나 지난 2월 판매를 중단했다.

수익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데다 가입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QDII들은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하면서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한국이 그 가운데 하나로 선택된 것이다.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중화시장분석팀장은 "한국 증시가 중국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우량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달러 해외 진출 가속화

차이나달러 운용기관들의 한국행은 중국 금융자본의 해외진출이 봇물을 이룰 여건이 성숙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QDII 자격을 가진 은행이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위안화를 모집해 만든 해외펀드의 경우 투자대상을 고정수익상품(채권 등)으로 제한했으나 최근 중국은행에 시범적으로 주식투자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QDII를 도입할 때만 해도 자산운용사가 개인과 기업의 외화자산으로 조성한 펀드만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했었다.

하지만 중국은 17개 은행이 140억달러 투자한도를 받은 데 반해 자산운용사는 화안관리기금만이 5억달러 한도를 받은 게 전부여서 규제완화를 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앞서 사회보장기금(연기금) 역시 해외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 지난해 11월 UBS 등 10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기금을 미국채와 홍콩 증시 등에 투자해 오고 있다.

"QDII의 해외 투자가 향후 2년에 걸쳐 750억달러를 기록할 것"(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코노미스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