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골 감각을 둘러싼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처음 '한 경기 두 골'을 뽑아낸 박지성은 17일 밤(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턴 원더러스와 홈 경기에서 처음엔 아쉬운 장면도 연출했다.

전반 6분 가브리엘 에인세의 크로스에 이어진 라이언 긱스의 헤딩슛을 골키퍼가 쳐내자 볼은 박지성 앞에 떨어졌다.

발을 갖다대면 골로 연결될 수 있던 상황에서 지나치게 탄력이 붙은 박지성의 슬라이딩 슛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선제골 기회를 날려버린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순간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대로 끝났다면 또 박지성의 골 감각이 도마위에 오를 뻔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달라졌다.

이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쉼 없이 문전에 침투했고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슛과 감각적인 발바닥 슛으로 두 번 연속 네트를 흔들었다.

박지성이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뽑아낸 것은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뛰던 2005년 3월13일 아도 덴하그전 이후 2년 만이다.

지난 해 가을 발목 인대 수술을 받고 석 달을 쉰 박지성은 정규리그 4호골을 기록함으로써 이번 시즌 골 적중률에서 맨유의 다른 공격수들에 뒤지지 않게 됐다.

볼턴전까지 24승째를 올린 맨유는 2006-2007 시즌 무려 70골을 뽑아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가 각각 16골, 12골로 팀 내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폴 스콜스(5골), 라이언 긱스(4골)도 웬만한 팀 공격수 못지않게 골맛을 봤다.

그동안 두 골에 머물고 있던 박지성은 공간을 잘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상대 진영을 휘젓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득점력에서는 다소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정규리그 선발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맨유의 골잡이로 단단히 한 몫을 해내 논란을 잠재웠다.

2005-2006 시즌 정규리그 1골, 7도움을 한 박지성은 이번 시즌 부상으로 정규리그 1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벌써 네 골을 뽑았다.

25경기 안팎을 뛴 다른 미드필더들에 비해 경기당 득점률은 더 높은 편이다.

또 득점이 부상 회복 이후인 새해에 모두 터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박지성은 지난 달 21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릴(프랑스)전부터 주로 FA(축구협회)컵에만 출전하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좀처럼 밟지 못했다.

하지만 맨유가 루이 사아, 올레 군나르 솔샤르, 미카엘 실베스트르, 플레처 등의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서 빛을 발해 남은 일정에서 퍼거슨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트레블(3관왕)에 도전하고 있는 맨유의 거침없는 행진에 박지성이 골 폭죽으로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