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禮善 < 오픈타이드차이나 대표 wyeth@opentide.com.cn >

중국은 가짜(모조품)의 천국이다.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중국에서 가짜는 거의 전 제품에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세계적인 브랜드도 아닌 한국 양주는 물론이고 한국담배까지 가짜가 많다.

품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진품(眞品) 가격의 10분의 1 정도에 팔린다.

그러나 이러한 가짜를 사는 사람들 중 정작 중국 사람은 별로 없다.

중국 사람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실은 외모나 치장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돈을 안 쓰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지위가 높건 낮건,돈이 많건 적건 겉모습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최근 개혁개방 이후 생겨난 젊은 부자들은 벤츠 등 고급 자동차도 사고 첩도 두고 살면서 고급제품의 소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리 보편적이지는 않다.

요사이 인기를 끄는 건 오디오 CD와 영화 DVD다.

영화 DVD의 경우 한 장에 우리 돈 1000원 정도이니 사태가 심각하다.

그것이 중국에서 콘텐츠산업 지식산업이 힘든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가짜 중의 가짜는 역시 위조지폐다.

우리나라에서는 위폐(僞幣)가 한 장만 발견돼도 온 나라가 큰일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여기서도 중범죄이고 사태가 심각하기는 한데 일반 대중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다.

물건 살 때 여기선 제법 큰돈인 100원(위안·우리 돈 1만2000원 정도)짜리 지폐를 내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확인 후 받는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고 낸 돈 중에 위폐가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아니고 그것을 사용한 사람한테 "이거 가짜니 다른 것으로 주슈!" 하는 식이다.

그러면 낸 사람도 "어! 어디서 이거 받았지? 재수 없네" 하고는 다른 것으로 내고 가짜돈은 또 다른 데 가서 사용한다.

다행히 모르고 넘어가면 된다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중국은 작은 것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짜가 많아도 진짜보다는 적고 아직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성과를 달성할 때 98% 완성하고도 2% 부족 했을 때 그 부족한 2%를 채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이들은 '98%가 달성됐으니까,2%야 뭐 그리 중요하냐'라는 사고 방식이다.

과거 통신수단이 부족해 통제가 어려웠던 시절부터 생긴 게 하나의 이유겠지만 큰 나라를 통치하려면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큰 것 한두 개만 잘 챙기면 된다는 생각이다.

모든 걸 타이트하게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느슨하지만 일정한 경계 내에서 확실히 컨트롤한다는 그런 원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