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0% '적대적 M&A'에 떤다] 美대기업 90% 방어장치 도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회사의 내재가치는 점점 높아지는데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언제 기업 사냥꾼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
기관투자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반대편에 설 수 있는 것 아닌가."
유가증권시장 200대 기업에 포함된 A사 관계자는 18일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분율을 높이는 게 유일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책이어서는 불안해서 제대로 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적대적 M&A 방어 차원에서 대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크고 작은 기관투자가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라고 압력을 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사업에 투자해야 할 돈도 부족한데 기업 가치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돈을 써야 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유가증권시장 200대 기업의 26.9%가 A사와 같이 경영권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주주총회 주요 이슈와 정책 과제)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S&P 500대 기업의 대다수(93.6%)가 포이즌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 놓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웨덴(55.0%) 핀란드(36.0%) 등 상당수 기업이 차등의결권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행 상법상 이 제도들의 도입이 원천봉쇄돼 있다.
그나마 초다수결의제나 황금낙하산제 같은 방어장치는 정관 변경 등을 통해 도입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코스피 200대 기업 중 2.2%에 그친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요건을 강화하는 초다수결의제의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는 측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금낙하산제도 M&A 후에 기업을 사실상 빈 껍데기로 만드는 제도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영권 불안과 각종 상장의무 관련 부담 때문에 증시로부터의 자금조달을 꺼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코스피 200대 기업들조차 증시 상장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응답기업의 45.1%가 '증시상장이 자본조달 등의 측면에서 득(得)이 더 많다'고 평가했지만 '득실(得失)이 비슷하다'는 응답(38.9%)도 많았으며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고 평가한 기업도 16.0%에 달했다.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도 기업들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응답기업의 53.1%가 '기업경영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약화가 우려된다'(52.0%)는 응답이 '경영진을 견제해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48.0%)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투명성 강화 일변도로 추진됐던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재평가해 기업들이 느끼는 상장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
[ 용어풀이 ]
△초다수결의제: 이사의 선·해임 요건을 일반요건(출석주주 과반수 찬성)보다 강화(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황금낙하산제: 적대적 M&A시 퇴임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해 M&A 후 회사 가치의 하락을 유발하는 제도
△포이즌필: 적대적 M&A 위협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저가 발행해 공격자 측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제도
△차등의결권제: 대주주 등에게 1주당 2주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하는 제도
기관투자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반대편에 설 수 있는 것 아닌가."
유가증권시장 200대 기업에 포함된 A사 관계자는 18일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분율을 높이는 게 유일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책이어서는 불안해서 제대로 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적대적 M&A 방어 차원에서 대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크고 작은 기관투자가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라고 압력을 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사업에 투자해야 할 돈도 부족한데 기업 가치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돈을 써야 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유가증권시장 200대 기업의 26.9%가 A사와 같이 경영권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주주총회 주요 이슈와 정책 과제)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S&P 500대 기업의 대다수(93.6%)가 포이즌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 놓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웨덴(55.0%) 핀란드(36.0%) 등 상당수 기업이 차등의결권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행 상법상 이 제도들의 도입이 원천봉쇄돼 있다.
그나마 초다수결의제나 황금낙하산제 같은 방어장치는 정관 변경 등을 통해 도입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코스피 200대 기업 중 2.2%에 그친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요건을 강화하는 초다수결의제의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는 측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금낙하산제도 M&A 후에 기업을 사실상 빈 껍데기로 만드는 제도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영권 불안과 각종 상장의무 관련 부담 때문에 증시로부터의 자금조달을 꺼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코스피 200대 기업들조차 증시 상장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응답기업의 45.1%가 '증시상장이 자본조달 등의 측면에서 득(得)이 더 많다'고 평가했지만 '득실(得失)이 비슷하다'는 응답(38.9%)도 많았으며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고 평가한 기업도 16.0%에 달했다.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도 기업들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응답기업의 53.1%가 '기업경영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약화가 우려된다'(52.0%)는 응답이 '경영진을 견제해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될 것'(48.0%)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투명성 강화 일변도로 추진됐던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재평가해 기업들이 느끼는 상장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
[ 용어풀이 ]
△초다수결의제: 이사의 선·해임 요건을 일반요건(출석주주 과반수 찬성)보다 강화(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황금낙하산제: 적대적 M&A시 퇴임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해 M&A 후 회사 가치의 하락을 유발하는 제도
△포이즌필: 적대적 M&A 위협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저가 발행해 공격자 측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제도
△차등의결권제: 대주주 등에게 1주당 2주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