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일부 '블루칩 작가'의 작품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이대원 오지호 등 인기 작가의 경우 올 들어 가격(이하 호당 기준·22.7×14cm)이 20~100% 뛰었으나 팔려는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 고영훈 김종학 이왈종 사석원 등 중견 작가의 작품값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작품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7일 K옥션 경매에서 박수근의 작품 '시장의 사람들'이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25억원에 낙찰된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작품 품귀현상=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이른바 '블루칩 작가'와 함께 이우환 천경자 이대원 장욱진 권옥연 도상봉 등 인기 작가의 작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당 2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던 박수근 작품은 최근 3억원을 호가하지만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

또 2005년 위작 논란으로 거래가 한때 중단됐던 이중섭 작품 역시 올 들어 호당 2억원까지 치솟았지만 매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천경자 작품도 작년보다 2배 이상 오른 최고 1억원을 호가하지만 작품이 없어 거래가 끊겼다.

이 밖에 장욱진 김환기 이우환 오지호 등의 작품 호가도 호당 100만~500만원 정도 올랐지만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중견 작가 작품값 상승='블루칩 작가'의 작품이 품귀현상을 보이자 김흥수 변시지 권옥연 등 원로 작가를 비롯해 김형근 김종학 김병종 이숙자 김춘옥 곽훈 황영성 이왈종 등 중견 작가,도성욱 박성민 박민준 등 젊은 작가의 작품값도 들썩이고 있다.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왈종의 경우 지난해 호당 70만원 선에 거래됐던 작품이 경매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올해 초부터 호당 130만원으로 올랐다.

또 '보리밭 작가' 이숙자의 작품도 호당 60만원 이상 오른 150만~200만원에 거래된다.

호당 500만~700만원 선이던 변시지 작품은 최근 호당 1000만원으로 치솟으면서 가격 산정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흥수 김창렬 오치균 김병종 김춘옥 곽훈 고영훈 김종학 등의 작품도 매물이 줄어들면서 호당 30% 정도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다.

젊은 작가 가운데는 김동유 배준성 권기수 최소영 이정욱 도성욱 박성민 박민준 최우람 등이 가격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전망=그림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엄중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장은 "사모아트펀드가 잇따라 개설되는 데다 고소득 직장인,부유층 주부 등도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작품값 오름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술경기 10년 주기설'을 주장해 온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는 "1996년 이후 10여년간의 불황을 거친 미술시장이 최근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하지만 일부 작가의 경우 '거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부동자금의 일부가 미술시장에 몰려 '가격 거품'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를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