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실적 둔화가 글로벌 증시의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14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5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올 1분기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파문도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P500지수를 구성하는 5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2003년 3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4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도 12.8%라는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는 다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3%대에서 2%대로 둔화되면서 이익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톰슨파이낸셜은 올 이익 증가율이 △1분기 4.3% △2분기 4.4% △3분기 6.6%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달 중순 시작되는 어닝시즌(분기수익 발표) 때 증가율 둔화가 표면화되면 경기침체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최근 기업 실적에 둔감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인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데 따른 것이라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기업 실적 둔화의 선두엔 정유회사 등 에너지 기업이 서 있다.

엑슨모빌 등 정유회사들은 고유가를 바탕으로 작년 천문학적인 이익을 냈다.

올 들어 유가 오름세가 주춤해지면서 이들의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각 기업은 올 실적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대형 소매업체인 코스트코와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은 이미 실적 전망치를 내렸다.

주택용품 업체인 홈디포와 주택건설 업체인 KB홈 등도 좋지 않은 실적 전망을 내놨다.

톰슨파이낸셜이 기업들의 수정치를 종합한 결과 S&P500지수 10개 업종 중 금융업을 제외한 9개 업종의 실적 전망이 당초보다 낮아졌다.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도 변수다.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증권 등은 지난 2월 끝난 최근 분기(회계연도 기준)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서브프라임 부실 영향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부실이 예상외로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업종의 실적 전망치도 조만간 하향조정될 것"으로 존 버터스 톰슨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전망했다.

더욱이 제너럴모터스(GM) 등 제조업체도 서브프라임 부실 영향에 휩싸여 있다.

또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정용품 판매업체인 로우스 등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울한 전망만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업들은 속성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내놓는다.

실제 순이익 증가율은 전망치보다 보통 3% 안팎 높게 나온다.

또 퀄컴 등은 실적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미리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국발 쇼크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으로 휘둘린 글로벌 증시가 기업 실적 둔화라는 파도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감안한 투자 자세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