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쟁적으로 자녀들에게 중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발 쇼크'가 세계 증시를 강타했듯이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서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한 짐 로저스는 얼마 전 세 살 난 아들을 돌봐줄 보모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중국어로 게재했다.

그가 보모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것.중국인 보모를 구한 그는 주말마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초청해 아들과 놀게 한다.

명품으로 꼽히는 구치그룹의 로버트 폴렛 CEO는 중국에 있는 매장 25개를 둘러볼 때 중국인 종업원들과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데 절망감을 느꼈다.

그는 딸에게 중국어를 배울 것을 권유했고 딸은 하버드대에서 중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이렇듯 상당수 CEO들이 자녀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중국어를 배우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미국의 수출 중 중국의 비중이 32%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어를 하지 못하거나 중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성장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녀들을 중국어 교육으로 내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제조업체는 물론 금융회사들에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사장을 지낸 존 손톤(현 중국 칭화대 교수)은 작년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중국에 데리고 왔다.

1년 동안 함께 살면서 중국어를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다.

풀타일그룹의 CEO인 마크 프라크맨은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중국어를 제2 외국어로 선택토록 시켰다.

경험 상 중국어가 앞으로 '비즈니스 공용어'가 될 것이란 확신에서다.

2년을 배워도 중국어에 진전이 없자 아예 베이징에 단기 유학을 시키고 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미국에선 중국어를 쓸 기회가 적다보니 중국어를 배우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출장 갈 때마다 자녀들을 동행하거나 아예 한두 달간 자녀를 위해 중국에 거주할 기회를 만드는 CEO들도 증가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