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과 부산 범어사 승가대학 강주(講主)를 지낸 무비 스님(無比·64)은 인터넷 공간의 인기 강사다.

그가 경전을 강의하는 인터넷 카페 '염화실'(http://cafe.daum.net/yumhwasil)의 회원은 7100여명.회원들이 강의 내용을 매달 2만부의 신문으로 만들어 배포할 정도로 열성 팬이 많다.

무비 스님이 지난 17일 오후 근 4년 만에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중법회를 열었다.

중국 선종의 3조(祖) 승찬 스님의 선시를 해설한 '신심명 강의'(조계종출판사) 출판이 계기다.

"인터넷에서 강의한 것을 녹취해 다듬은 것인데,참 신기한 세상에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절집의 방 안에서 국내는 물론 미국,호주 등 온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니 천안통·천이통(天眼通·天耳通,멀리까지 보고 듣는 신통력)이 따로 없다 싶어요.

허허."

'신심명'은 전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이 출가 전에 읽고 캄캄하던 눈앞이 환해진 기분이었다고 했던 책.149구(句) 584자(字)로 된 짧은 글이지만 팔만대장경과 1700개 공안(公案·화두)의 요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선시(禪詩)의 백미'로 평가되는 책이다.

"'신심명'의 저자인 승찬 스님은 출가 전에 나병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손가락·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과 주위의 질시 속에 불교라고는 모르던 그는 자신의 죄가 많아서 그런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했지요.

40대에 들어서야 2조 혜가 스님을 만나 자신의 죄의식은 실체가 없는 공(空)임을 깨달았는데,막상 내가 병으로 고생하면서 '신심명'을 다시 읽으니 승찬 스님이 겪었을 고통과 가르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더군요."

무비 스님은 4년 전 척추 농양이 발견돼 대수술을 받은 뒤 하반신 마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범어사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키 184cm의 거구에 아직도 걸음이 불편한 그는 "인터넷 세상을 만나 이런 몸뚱이나마 잘 써먹고 있다"면서 "언젠가 흙과 재로 돌아갈 몸인데 한껏 써먹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