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눈가리고 귀막는 협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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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단이 (기자들이) 예약한 호텔을 취소시켰습니다."(여행사 직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고위급 협상 취재를 떠나려던 기자들은 여행사로부터 호텔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해야 했다.
기자단이 호텔(워싱턴 르네상스 메이플라워 호텔) 예약 취소를 통보받은 것은 출발 이틀 전인 지난 16일 저녁.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협상 취재를 위해 일찌감치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 둔 호텔이었다.
협상단은 그러나 이 호텔이 16일 오전 협상장으로 결정되자 해당 여행사에 '압력'을 넣어 계약을 무효로 돌렸다.
이유는 "'빅딜'을 앞두고 은밀한 협의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기자들이 협상장에서 같이 묵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출발 직전까지 호텔을 구하지 못해 결국 협상장에서 15분이나 떨어진 다른 호텔로 숙소를 바꿔야 했다.
일부 기자는 르네상스 메이플라워 호텔을 다시 개인적으로 예약했지만 방이 모자란 데다 숙박 하루 전 예약으로 처리돼 하루 28만원(299달러)이었던 호텔 방값을 42만원(440달러)까지 올려 내게 생겼다.
협상단의 주축인 통상교섭본부는 지난달에도 기자들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공보관실을 넓게 써야겠다며 7석 규모의 기자실을 없애려다 기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것.통상교섭본부의 대 언론,대 국민 홍보에 대한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준 사례다.
수장인 김현종 본부장이 한·미 FTA 협상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관련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미 FTA협상은 미국과의 협상만큼이나 대내 협상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언론과의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출범 단계부터 밀실 협상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만큼 대내 협상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통상교섭본부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
협상 막바지 국면에서도 한국 기자들을 따돌리려는 협상단의 행태에 비춰볼 때 FTA 협상이 아무리 유리하게 타결된다고 해도 '밀실 협상 논란'만큼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워싱턴=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고위급 협상 취재를 떠나려던 기자들은 여행사로부터 호텔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해야 했다.
기자단이 호텔(워싱턴 르네상스 메이플라워 호텔) 예약 취소를 통보받은 것은 출발 이틀 전인 지난 16일 저녁.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협상 취재를 위해 일찌감치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 둔 호텔이었다.
협상단은 그러나 이 호텔이 16일 오전 협상장으로 결정되자 해당 여행사에 '압력'을 넣어 계약을 무효로 돌렸다.
이유는 "'빅딜'을 앞두고 은밀한 협의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기자들이 협상장에서 같이 묵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출발 직전까지 호텔을 구하지 못해 결국 협상장에서 15분이나 떨어진 다른 호텔로 숙소를 바꿔야 했다.
일부 기자는 르네상스 메이플라워 호텔을 다시 개인적으로 예약했지만 방이 모자란 데다 숙박 하루 전 예약으로 처리돼 하루 28만원(299달러)이었던 호텔 방값을 42만원(440달러)까지 올려 내게 생겼다.
협상단의 주축인 통상교섭본부는 지난달에도 기자들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공보관실을 넓게 써야겠다며 7석 규모의 기자실을 없애려다 기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것.통상교섭본부의 대 언론,대 국민 홍보에 대한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준 사례다.
수장인 김현종 본부장이 한·미 FTA 협상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관련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미 FTA협상은 미국과의 협상만큼이나 대내 협상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언론과의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출범 단계부터 밀실 협상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만큼 대내 협상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통상교섭본부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
협상 막바지 국면에서도 한국 기자들을 따돌리려는 협상단의 행태에 비춰볼 때 FTA 협상이 아무리 유리하게 타결된다고 해도 '밀실 협상 논란'만큼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워싱턴=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