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석권이어 美·유럽 평정까지 야심

"웹보드 게임이 그냥 오프라인의 게임을 옮겨놓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최대 게임포털 한게임을 책임 지고 있는 NHN의 정욱 한게임 본부장은 웹보드 게임이 항상 독특한 재미로 가득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정 본부장은 "이를테면 일상 생활에서 맞고를 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게임 포털에선 룰을 잘 모르던 사람도 정말 재밌게 즐긴다"며 "오프라인에서 게임이나 놀이에 취미가 없던 사람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재미 요소를 갖추는 게 웹보드 게임이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설을 전후해 동시접속자 수 1만 명을 돌파한 신윷놀이는 그의 이런 주관의 대표적인 사례다.

모! 개! 윷! 어흥! 등 윷을 던지거나 진행에 따라 구수한 사운드가 나오고 상대방 말을 잡거나 자신의 말을 태우고 골인할 경우 사이버 머니를 획득하는 등 그가 강조하는 독특한 재미가 더해지며 인기를 끌었다.

보통 1000명 남짓한 웹보드 게임에서 동시접속자 수 1만 명이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한게임으로선 신윷놀이의 선전은 의미가 있다.

한게임 매출의 대부분을 맞고 포커 등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민속 게임인 윷놀이의 선전이 향후 게임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92학번으로 전공과는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인터넷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공대 출신이지만 1998년 대학 졸업 후 당시 졸업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앤더슨컨설팅 컨설턴트로 입사해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의 인터넷 산업과의 인연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를 끌던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에 입사해 2004년까지 근무했다.

그가 인터넷 산업에 뛰어든 것 역시 NHN 창업자들의 생각처럼 '새로운 세상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서'다.

그의 재능이 만개하게 된 것은 2005년 NHN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그가 합류하던 당시 한게임은 조금씩 보이지 않게 어려워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국내 최초·최대 게임포털인 한게임이었지만 피망, 넥슨, 넷마블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오랫동안 누려 오던 게임 포털 1위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까지 어려움을 겪던 한게임은 그가 한게임 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마침내 넷마블을 제치고 순방문자 수 기준으로 게임포털 1위 자리를 탈환하기에 이르른다.

한국뿐 아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한게임은 게임포털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에서 '한게임신맞고'가 단일 게임으로 웹보드 게임 1위에 올랐고 중국에서는 '두지주'가 단일 게임으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중·일을 평정한 한게임의 다음 목표는 뭘까.

그는 "아직 미국과 유럽이 남았다"며 "전 세계 어디서나 누구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센터가 되겠다"고 말한다.

정 본부장은 이런 목표를 위해 두 가지 과제를 정했다.

먼저 연령 제한을 넘고, 다음으로 지역의 제한을 넘어서는 것. 지역의 제한을 넘기 위해서 유럽 미국 중국 등 각 지역의 현지 오프라인 게임들을 발굴하고 있다.

연령 제한을 넘기 위해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이지 고스톱' 등 쉬운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인의 게임 센터' 한게임의 앞날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