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화가' 이영배씨(51)가 21일부터 4월10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씨는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간 후 숯을 소재로 동양적인 정신세계를 펼쳐온 작가다.

학고재 갤러리(대표 우찬규)가 1년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 기념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그는 크림색 바탕에 흑색으로 대담하게 그려낸 작품 '무제'시리즈 30여점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특징은 '이름'조차 지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검정색 필치로 풀어내는 것.세상의 모든 것을 감춰주는 검정색으로 동양적인 관념을 담아낸다.

'무제'시리즈는 미지의 공간에 부유하는 듯한 검은 형태를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미감으로 이어가는 작품이다.

이씨는 "내 작품의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한국의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었고,검고 굵은 붓자국은 어린 시절 배운 서예의 필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기법 역시 독특하다.

흰색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넓적한 밀대로 펼쳐 발라 매끈하고 반반한 표면을 만든 후 숯에서 축출한 검정 아크릴 물감을 큰 붓에 찍어 일정한 형태로 그린다.

다시 왁스와 아크릴 물감을 섞어 화면에 덧바르면 은은하면서도 윤기나는 크림색 바탕 위로 검은 선과 점들이 '점화'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작품 속 선과 점들은 동양적인 관조와 명상을 이끌어내지만 동시에 서구적인 모더니즘의 맛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작품은 지난달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도 출품돼 유럽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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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