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초범은 선고유예도 과감히 해야 한다."

얼마전 대법원의 고위간부가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형사재판에서 획일적으로 양형을 결정하지 말고 당사자의 경제적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생계형 범죄가 한 해 5만건씩 발생하고 있다.

"더이상 빚을 못갚겠다"고 파산을 신청한 사람이 지난 한 해만도 12만명을 넘어섰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이라고 이런 딱한 현실에 눈감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빵 한덩이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제2의 장발장'이 더이상 나와서도 안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이 불러올 부작용이다.

실제로 법원의 면책률이 99%에 달하면서 사기파산을 부추기는 불법브로커들이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다.

최근에는 법원이 스스로 내린 면책결정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나왔다고 한다.

법원이 참여정부에 '코드'를 맞춘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망이 허술한 사회치고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예는 찾기 힘들다.

'악법도 법'이라는 법언이 의미하는 바를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