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총파업을 일삼던 민주노총이 과연 변할 것인가.

온건 노선을 표방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19일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 투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강경 투쟁 일변도의 노사 현장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높은 데다 현장 조합원들의 열기도 시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이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에는 실력이 달린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사업장이 별로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벌이는 총파업 투쟁은 객기"라며 "힘이 생기고 지지세력이 올라가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정치성 총파업 투쟁은 일선 조합원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 채 현대·기아자동차 등 일부 강성 노조의 간부들만 참여해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될 경우 저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밝혔는데,이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국민 저항운동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 관철시키겠다"고 말해 총파업 투쟁을 통한 운동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총파업을 하지 않는 대신 민주노총이 협상 전략으로 들고 나온 것은 '대화'다.

이 위원장은 "전임 집행부들은 임·단협 투쟁계획을 잡을 때 총파업 날짜부터 정해 놓았다"고 지적하고 "총파업이란 단어가 한 자도 안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은 사용자를 압박할 무기로 포기할 수 없지만 이를 통해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새 집행부를 맡은 뒤 "누구와도 대화하겠다"고 열린 자세를 보이면서 각계 각층의 인물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건설산업과 관련한 상설 논의 창구 및 운수노조와의 정례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기획예산처 차관과 민주노총 사무총장 간 대화채널을 만들어 실무 협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고,이상수 노동부 장관과도 만나 양측 간 단절된 노·정 대화채널을 복원했다.

그는 산별교섭을 확산시키기 위해 5대 재벌 회장을 직접 만나 협조를 구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철시키겠다는 게 그의 운동철학이다.

노·사,노·정뿐이 아니다.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의 신뢰 회복을 위해 그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6개월간 전국을 순회하는 '현장 대장정'에 들어가는 것도 조합원들의 정서를 읽기 위한 노력이다.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대화 노선은 과격 노동운동에 식상해 있는 국민들로부터도 상당한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지 않기로 한 것은 국내 노동운동에 커다란 획을 긋는 사건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에 대기업 중심의 강성 노조들이 지도부의 대화 노선에 반기를 들 경우 강·온파 간 갈등이 표출될 수도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