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9일 밝힌 올해 임단협투쟁 방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눈여겨볼 점이 많다.

우선 실속없는 총파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파업은 노동자의 최후의 무기이지만 마음대로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재계와의 대화채널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의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노총이 1995년 출범 이후 매년 임단협 투쟁계획을 발표하면서 총파업 수단의 활용을 빼놓은 적이 없었던 데다 지난해에도 11차례 총파업을 강행하는 등 국내 강성노동운동을 주도(主導)해 왔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물론 우려되는 대목도 적지않다.

무엇보다도 산별 쟁의행위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정말 걱정된다. 기업별로 경영 사정이 천차만별인 현실에서 민노총이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협상을 벌인다 하더라도 또다시 기업별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산업현장의 혼란이 증폭(增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금지불능력 차이에 따른 노사갈등이 커지고 이중교섭에 따른 폐해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정부와의 대화틀 구성이 시급하다면서 노사정위원회 대신에 새로운 대화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일이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근로환경개선에 나서는 것만이 노사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민노총은 총파업 자제에 대한 약속을 기필코 실천해 보여야 할 것이다.

더이상 과거와 같은 '파업을 위한 파업'이 다시 나타날 경우 국민들은 물론 노조원들로부터도 외면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사실 노동현장에서는 이미 총파업이나 극한투쟁보다는 노사협력을 통해 고용 안정이나 복지 확대 등을 이끌어내는 데 관심이 더 크다.

GS칼텍스 코오롱 등 상당수의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하는가 하면 조합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노조가 늘어 올해 사업예산을 최대한 긴축재정으로 편성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민노총의 파업 자제가 어떤 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한다면 한국의 노동운동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이제부터라도 민노총은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