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업체인 M사는 2003년 일본에 자사의 호텔 서비스 관련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후 현지 기업과 특허권 이전을 추진했다.

일본 기업은 그러나 특허권 이전받기를 거부하고 M사의 동의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M사는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 했으나 한국보다 훨씬 긴 일본 특허심사 기간이 문제였다.

심사가 늦어지면서 M사는 3년 동안이나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한 채 특허 등록을 기다려야 했다.

특허는 지난 1월에야 등록돼 M사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지난달부터 일본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

앞으로 M사와 같이 일본 내에서 장기간의 특허심사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들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일본 간 '특허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일본 내 특허심사 기간이 2년 가까이 짧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일본 특허청과 공동으로 '한-일 특허심사 하이웨이'를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특허심사 하이웨이는 양국에 공통으로 출원한 발명에 대해 어느 한 쪽 국가에서 특허 결정을 내리거나 특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상대국에서는 해당 특허를 다른 특허보다 우선해 심사하는 제도.미국과 일본이 지난해 7월부터 특허심사 하이웨이를 시범 실시하고 있으나 정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한국-일본이 처음이다.

특허청은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가 실시되면 국내 기업의 일본 내 특허 등록이 23개월가량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특허심사 기간이 평균 26개월인데 특허심사 하이웨이를 적용하면 3개월 만에 심사가 가능한 까닭이다.

또 한국에서 특허 결정이 난 발명은 일본 특허청에 별도로 '선행기술 조사결과서'와 '발명과 선행기술의 대비설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등록이 간편해진다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 특허를 출원한 일본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국내 특허심사 기간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 9.8개월이어서 일본 기업의 특허 등록 기간 단축은 6~7개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특허청은 그러나 일본의 한국 특허 출원이 2005년 기준 1만6468건으로 한국의 일본 특허 출원(6845건)의 2.4배에 달해 양측의 전체적인 특허 등록 기간 단축 효과는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도 양국 간 특허심사 하이웨이 도입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특허심사 하이웨이 체결국을 늘려 국내 기업이 해외 특허를 조속히 등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