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현재 840명에 이르는 본사 스태프(staff) 조직을 500명선 규모로 줄이기로 했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다르게 스태프 조직이 너무 비대하다는 남용 부회장의 진단에 따른 것이다.

스태프 조직이란 재무,인사,법무,기획,전략 등 경영 지원과 관련된 부서들을 뜻한다.

LG전자 관계자는 20일 "본사 조직에서 발생하는 중복 비용을 없애고 본사의 핵심 인력을 현장에 전진 배치하기 위해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기로 했다"며 "일단 인재육성팀,SCM팀,업무혁신팀,경영진단팀 등의 부서는 통째로 사업본부로 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루오션팀은 아예 폐지키로 했으며 나머지 부서는 핵심 인원만 남겨두고 개인 단위로 사업본부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 조직 슬림화가 인력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인사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명예퇴직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월 취임한 남용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그는 지난 1월20일 경주에서 열린 글로벌 임원회의에서 "본사 조직이 너무 비대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태프 조직 슬림화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됐으며 이 TFT는 본사 각 부서의 역할에 대한 분석작업을 벌여 업무가 중복되는 조직을 사업본부로 이관키로 결론을 내렸다.

최근 김영기 HR부문장과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를 끝낸 상태이며 인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면담을 진행 중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블루오션팀의 해체.김쌍수 부회장 시절 LG전자의 경영혁신을 담당했던 이 부서의 해체에 회사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남 부회장은 "블루오션은 그 자체로 좋은 경영 이론이지만 LG전자의 전략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매부서의 사업본부 이전도 눈길을 끈다.

몇 년 전 통합구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각 사업본부별 구매기획팀을 본사 구매전략팀(SCM팀)으로 통합했었는데 이를 다시 분리해 각 사업본부로 내려보내기로 한 것.

재계 관계자는 LG전자의 본사 조직 슬림화와 관련,"미국 일본 등 선진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경영지원 관련 인원은 최소화하고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업부서 위주로 조직을 꾸려왔다"며 "남 부회장이 본사의 통제를 중요하게 여기던 국내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핵심인력을 전진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본사 슬림화 이후에도 '고객 경영'의 취지에 맞도록 사업부문에서도 추가로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졸 사무직의 임금을 동결할 만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감축에 나설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