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르네상스메이플라워호텔에서 첫날 수석대표 협상이 끝난 뒤 브리핑을 갖고 "최종 장관급 고위급 회의는 26일 서울에서 협상 종료시점까지 개최키로 했다"며 "여기에는 김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그리고 양국 수석대표가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미국은 수전 슈왑 USTR 대표가 다음 주 미국 의회와 중요한 협의가 있어 워싱턴을 떠나기 어렵다고 밝혀왔다"며 "바티아 부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협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빅딜'은 끝장 토론으로
한·미 양국이 다음 주 통상장관 회담을 '끝장 토론' 형식으로 열기로 한 것은 그만큼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통상장관 회담을 앞두고 워싱턴과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석대표 등 고위급 회담은 뚜렷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남은 쟁점이 모두 핵심 쟁점이고 서로 연계된 것들이 많아 양측이 쉽사리 물러서지 않고 있어서다.
타결 시한은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90일 전인 4월1일(미국 시간)이지만 이날이 일요일이고 이달 31일은 토요일이어서 실제로는 30일 오후 6시(한국 시간으로는 31일 오전 7시)가 데드라인이다.
양국은 수석대표,농업 및 섬유 차관보급이 참가한 연쇄 고위급 회의를 21일 끝내고 국내 절차를 거쳐 자체적인 최종 협상안을 만들게 된다.
그런 뒤 26일부터 서울에서 김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가 최종 시한까지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슈왑 대표가 아닌 바티아 부대표를 참석시키기로 한 것은 그가 협상의 상세한 내용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명의 USTR 부대표 중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2001년부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 참여해온 정무직으로 정치적 영향력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빅딜 대상은 자동차 농업이 핵심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이날 자동차 무역구제 방송·통신 개방과 개성공단 문제 등 핵심 쟁점의 절충을 시도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혜민 단장은 "수석대표 회담은 최대한 남은 쟁점을 정리해 다음 주 장관급 고위급 회의에서 다룰 쟁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관급 고위급 회의에는 자동차 농업 섬유 등 전체에서 남은 이슈를 다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통상장관 회담과 관련,"전체 협상에서 남은 이슈를 모두 다루겠지만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농업과 함께 가장 큰 핵심 쟁점"이라며 "금융서비스 방송 무역구제 섬유 등도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진행된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과 리처드 크라우더 미 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의 농업 협상도 미국이 쇠고기 검역문제의 조기 해결과 '예외 없는 관세철폐'원칙을 고수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 통상정책관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3월말까지 반드시 타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3월말까지 타결해야 하는 FTA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를 4월 이후로 넘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