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30% 급등] 냉장고 대당 15~30弗 추가부담 '적자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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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미국시장에서 1999달러였던 42인치 PDP TV 판매가격이 지금은 999달러로 반토막이 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박 터지게' 경쟁하는 미국에선 원가상승 요인이 생겨도 판매가는 오히려 낮춰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물류비를 30%나 올리면 어떻게 장사하란 말이냐."(LG전자 관계자)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냉장고 세탁기는 손해보며 팔고 있다.
'국내에서 생활가전은 안 된다'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괜한 얘기가 아니다.
물류비가 이렇게 오르면 수출 중단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삼성전자 관계자)
한국 수출기업들이 주력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너로 내몰리고 있다.
원화 강세와 원자재값 상승에 이어 '물류비 인상'이란 복병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업계에선 이번 물류비 인상을 계기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수출 포기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잇따르는 운임인상
해운업체들은 태평양 항로 운임을 올린 가장 큰 이유로 미국 서부~중부지역 철도운송을 과점하고 있는 BNSF와 UP의 수송료 인상 요구를 꼽고 있다.
이들은 시설 투자 등의 명목으로 30% 수준의 운임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짐을 내린 빈 컨테이너에 부과하는 요금도 적재 컨테이너의 40%에서 80%로 두 배가량 올려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시카고 등 내륙지방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롱비치항 등 미국 서부 LA 인근 항구에서 철도를 이용해 화물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모업체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BNSF와 UP로부터 30%대의 인상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수출업체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해운업체도 운임 인상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는 작년 말 철도요금을 30%가량 올려주는 대신 덴버 솔트레이크시티 등 18개 내륙지역에 대한 철도수송을 중단키로 했으며,상당수 해운업체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바잉파워'가 약한 수출업체들이 미국 철도회사와 개별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운임은 훨씬 오르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해운업체들이 대폭적인 운임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임을 30% 가까이 올리면서 유럽 수출화물이 바닷길로 몰리고 있어서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은 2004년까지 7만FEU에 달하는 화물을 TSR를 통해 유럽에 수출했지만,지금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 모두 해운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럽지역 운임이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LCD패널 등 항공화물이 속속 해운으로 전환되는 데다 TSR 물량마저 넘겨받은 만큼 향후 추가상승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대론 수출 못한다"
이번 운임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품목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다.
부피가 큰 데다 치열한 경쟁 탓에 원가가 올라도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서다.
냉장고의 경우 40피트 컨테이너에 20~30개 들어가는 만큼 운임이 300달러 오르면 1대당 10~15달러,600달러 인상되면 20~30달러 정도 추가 물류비용이 발생한다.
냉장고의 미주지역 평균 수출가격(630달러)과 현재 물류비(110달러)를 감안하면,이번 운임 상승으로 판매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서게 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냉장고의 경우 운임이 FEU당 300달러만 올라도 유럽 수출 마진율은 -1.32%,미국 수출 마진율은 -7.6%로 적자폭이 한층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세탁기 에어컨 등 대부분 백색가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타이어업체들은 이번 운임 인상으로 타이어 1개당 1달러 이상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섬유업체들도 수출 경쟁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김길섭 하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수출물량이 많은 대기업은 협상을 통해 인상 폭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선사들이 요구하는 대로 올려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운임 인상은 원화 강세와 원자재가 인상으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에 결정타를 날린 격"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글로벌 기업들이 '박 터지게' 경쟁하는 미국에선 원가상승 요인이 생겨도 판매가는 오히려 낮춰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물류비를 30%나 올리면 어떻게 장사하란 말이냐."(LG전자 관계자)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냉장고 세탁기는 손해보며 팔고 있다.
'국내에서 생활가전은 안 된다'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괜한 얘기가 아니다.
물류비가 이렇게 오르면 수출 중단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삼성전자 관계자)
한국 수출기업들이 주력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너로 내몰리고 있다.
원화 강세와 원자재값 상승에 이어 '물류비 인상'이란 복병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업계에선 이번 물류비 인상을 계기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수출 포기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잇따르는 운임인상
해운업체들은 태평양 항로 운임을 올린 가장 큰 이유로 미국 서부~중부지역 철도운송을 과점하고 있는 BNSF와 UP의 수송료 인상 요구를 꼽고 있다.
이들은 시설 투자 등의 명목으로 30% 수준의 운임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짐을 내린 빈 컨테이너에 부과하는 요금도 적재 컨테이너의 40%에서 80%로 두 배가량 올려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시카고 등 내륙지방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롱비치항 등 미국 서부 LA 인근 항구에서 철도를 이용해 화물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모업체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BNSF와 UP로부터 30%대의 인상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수출업체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해운업체도 운임 인상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는 작년 말 철도요금을 30%가량 올려주는 대신 덴버 솔트레이크시티 등 18개 내륙지역에 대한 철도수송을 중단키로 했으며,상당수 해운업체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바잉파워'가 약한 수출업체들이 미국 철도회사와 개별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운임은 훨씬 오르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해운업체들이 대폭적인 운임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임을 30% 가까이 올리면서 유럽 수출화물이 바닷길로 몰리고 있어서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은 2004년까지 7만FEU에 달하는 화물을 TSR를 통해 유럽에 수출했지만,지금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 모두 해운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럽지역 운임이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LCD패널 등 항공화물이 속속 해운으로 전환되는 데다 TSR 물량마저 넘겨받은 만큼 향후 추가상승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대론 수출 못한다"
이번 운임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품목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다.
부피가 큰 데다 치열한 경쟁 탓에 원가가 올라도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서다.
냉장고의 경우 40피트 컨테이너에 20~30개 들어가는 만큼 운임이 300달러 오르면 1대당 10~15달러,600달러 인상되면 20~30달러 정도 추가 물류비용이 발생한다.
냉장고의 미주지역 평균 수출가격(630달러)과 현재 물류비(110달러)를 감안하면,이번 운임 상승으로 판매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서게 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냉장고의 경우 운임이 FEU당 300달러만 올라도 유럽 수출 마진율은 -1.32%,미국 수출 마진율은 -7.6%로 적자폭이 한층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세탁기 에어컨 등 대부분 백색가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타이어업체들은 이번 운임 인상으로 타이어 1개당 1달러 이상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섬유업체들도 수출 경쟁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김길섭 하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수출물량이 많은 대기업은 협상을 통해 인상 폭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선사들이 요구하는 대로 올려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운임 인상은 원화 강세와 원자재가 인상으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에 결정타를 날린 격"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