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농업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 행사에서 "농업분야도 시장에 맡길 것은 시장에 맡기고,할 수 없는 일만 정부가 할 것"이라며 "지원정책은 펼치겠지만 정부가 스스로 사업자가 되거나 시장이 할 일에 정부가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핵심쟁점 중 하나인 쌀 시장 개방과 관련,정부의 시장방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식량안보와 환경문제까지 고려해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농업을 살려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농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석유를 100%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기름은 쌀보다 조금도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 뒤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시장원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약간 교만스럽게 말하자면,한·미 FTA는 다음 어느 쪽이 정권을 잡아도 안 할 것 같았다"며 "정치적 손해가 가는 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은 노무현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혀,이번 협상이 본인의 특단 의지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중국과 FTA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면 미국과도 안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여러 나라와 FTA를 맺으면 경쟁적 위치에 있는 한국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기업은 (중국과) FTA를 체결하더라도 거기에 맞춰갈 수 있지만 농업은 초토화될 것"이라며 "지금은 중국과 하더라도 10%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로 함으로써 농업은 최대한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지만 결국 10년,15년 지나면 예외는 소멸될 것"이라고 한·미 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농어촌 구조조정에 투자하는 것도 중국과의 FTA에 대비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쇠고기는 한·미 FTA 협상 항목이 아니다"며 "그런데 "FTA 하면 광우병 걸린 소 들어온다고 플래카드 걸고 데모하는데 정직하지 않다.

진보적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