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50평형 전셋값이 30평형과 맞먹어
평수 클수록 전셋값 비싼 서울과 반대현상

봄 이사철 전세 수요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의 평형별 전셋값 격차가 줄고 있다.

중소형인 20-30평형대 전세는 물건이 부족한데 비해 같은 아파트 40-50평형 이상의 큰 평수는 전세가 남아돌아 가격이 점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0평형대 전셋값이 50평형과 맞먹고, 중소형 평당 전셋값이 대형을 앞지르는 '역전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20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용인 수지읍 신봉지구 일대 50-51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말 2억원에서 이달 들어 1억6천만원으로 하락했다.

최근 신학기와 봄 이사철에도 찾는 수요가 거의 없어 호가가 떨어졌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면 이 일대 32평형 아파트 전셋값은 강세를 보이며 50평형대 수준인 1억5천만-1억6천만원 선이나 물건의 거의 없다.

신봉동 포인트공인 오미자 사장은 "전세는 같은 가격이라면 30평형대를 원하지, 50평형대를 찾지는 않는다"며 "투자가치가 아닌 순수 거주 개념이어서 평수가 큰 것보다는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중소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인 동백지구는 동일하이빌 32평형이 1억3천만-1억5천만원인데 비해 이 아파트 43평형은 1억5천만-1억6천만원, 4월 입주가 시작될 롯데캐슬 43평형은 1억5천만-1억6천만원으로 30평형대와 엇비슷하다.

동백지구 S공인 사장은 "예년 같으면 중대형도 전세가 귀한 편인데 올해는 중소형을 제외하고는 전세가 남아돈다"며 "중소형과 대형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주시 교하지구도 평형별 전세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교하2차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33평형의 전셋값은 8천만원선. 이에 비해 44평형은 9천만원선, 54평형은 1억원 선으로 1천만원의 차이가 벌어지지만 실제 40-50평형대의 경우 1천만원씩 낮춘 가격에도 전세 계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경우 평당가로 환산한 전셋값이 매매가와 다르게 소형이 대형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전셋값은 20평형 이하가 평당 467만원, 21-25평형 530만원, 31-35평형 596만원, 41-45평형 646만원, 51-55평형 814만원 등으로 평수가 클 수록 전셋값이 비싸다.

이에 비해 용인시의 경우 36-40평형이 평당 391만원으로 가장 비싼 반면 41-45평 형 371만원, 46-50평형 336만원, 51-55평형 323만원 등으로 평수가 클 수록 가격이 낮다.

경기도 화성시 역시 36-40평형대가 평당 328만원으로 가장 비싼데 비해 51-55평형은 269만원에 불과했다.

김포시는 31-35평형이 평당 306만원, 파주시는 36-40평형이 평당 25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두 지역 모두 55평형 초과는 각각 평당 209만원, 평당 160만원으로 전 평형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통상 전셋값은 중소형이 먼저 오르고, 중대형이 뒤따라 오르는 편인데 올 봄 이사철은 중소형만 반짝 강세를 보이고 중대형으로 번지지 않고 있다"며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큰 평수 전세수요가 적기도 하지만 올해 쌍춘년 결혼수요, 학군 수요가 사라지면서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